일어나서는 안 될 끔찍한 사고가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발생했다. 지난달 29일 주말 저녁,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 수십만의 인파가 몰려 156명이 사망하고 197명이 부상을 입었다.
국내에서 발생한 압사 사고 중 최다 인명 피해를 기록한 이번 사고는 사망자의 대부분이 10, 20대의 젊은층이라 더욱 충격이 크다. 코로나19 거리두기 해제 이후 맞은 첫 핼러윈데이였기에 젊은이들은 거리로 나와 시절을 만끽하려 했지만, 이들이 마주한 것은 고통과 죽음이었다. 두 번 다시 이런 일은 없어야 하기에 필자가 전공한 공간정보를 바탕으로 이번 사고의 원인과 대책을 살펴보고자 한다.
사고가 난 지점은 해밀톤호텔 옆 골목으로, 길이 40m, 폭 3.2m, 경사도 10%의 좁은 비탈길이다. 내리막길의 경우, 인파가 몰리면 넘어지지 않아도 넘어진 것과 같은 압력을 받는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체중 65kg인 사람 100명이 뒤에서 밀면 맨 앞에 있는 사람은 18t의 하중을 받고, 경사까지 있으면 압력은 더욱 가중된다고 한다.
당시 현장 증언에 따르면 좁은 폭과 경사 때문에 사람들이 계속 밀려 들어도 움직일 수가 없어 넘어진 사람들 위로 또 다른 사람들이 겹겹이 넘어졌다고 한다. 수십분의 시간 동안 좁은 공간에 수백명의 사람이 쏠리니 다들 그 압력을 버티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번 사고의 주 사망 원인이 압박성 질식으로 지목받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더 이상의 비극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현장 정보에 기반한 1:1000의 고정밀 전자지도와 3차원 입체지도를 구축해 디지털트윈을 조기 완성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디지털트윈은 현실세계와 똑같은 가상세계를 구현해 다양한 도시·사회 문제를 예방하기 위한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는 기술이다. 도시재난의 경우, 이를 활용해 대비 시스템을 마련할 수 있다. 현실과 동일하게 구현된 가상세계에 시뮬레이션을 통해 인구 밀집 지역을 파악하고, 소방차량 동선이나 보행자 안전 경로 등을 확보하는 것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4천억원이 넘는 혈세를 투입해 한국판 뉴딜의 핵심 사업으로 디지털트윈사업을 추진하겠다고 국민 앞에 약속했지만,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이 비통한 죽음에 책임이 있는 것이다.
만약 디지털트윈이 조기 구축됐다면 이번 사고에서도 이를 활용해 대규모 인명 피해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좁은 공간에 사람이 쏠리는 것을 미연에 방지했거나, 사고 발생 시에 경찰 및 담당 공무원들이 정확한 현장 정보를 바탕으로 골든타임을 확보해 빠른 대처를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앞으로도 전국에서 대규모 행사와 집회가 수시로 열릴 것이다. 또 주말과 각종 공휴일마다 대도시의 백화점, 쇼핑몰, 관광지에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이 몰려들 것이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이제라도 우리가 가지고 있는 기술을 활용해 사고를 예측하고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에 국회에서 ‘고정밀 디지털트윈 기반 재난대응, 제2의 이태원 참사 막는다’ 토론회를 개최해 지리정보시스템(GIS)을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트윈을 활용한 재난 대응 시스템 구축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더 이상의 비극적인 죽음이 없길 바라며 공간정보 전문가로서 156명의 비통한 죽음에 보내는 애끓는 조문이기도 하다. 이번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이들에게 다시 한번 깊은 애도를 전한다. 화재나 긴급사태로 사람이 갑자기 많이 몰리는 좁은 비탈길! 좁은 대한민국의 골목길 어디에도 이태원의 참사 같은 시나리오는 영원히 사라져야 한다.
조명희 국민의힘 국회의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