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경기교육] ‘도서정가제’ 되레 소비심리 위축

가격경쟁 차단 목적 할인 제한...책 적은 동네 서점 ‘판매 저조’
대형 온·오프 출판계만 ‘호황’ 독서 문화 증진 위해 폐지해야

image
박지수 양주 백석고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다. 정부는 국민에게 독서를 장려하기 위해 각종 독서 진흥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중고등학생들에게 도서만 살 수 있는 쿠폰을 배부하는 ‘친구야 책방가자’ 이벤트도 진행하고, 독서문화진흥법이라는 법을 따로 만들었을 정도로 국민에게 독서를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요즘은 서점보단 도서관을 많이 찾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최근 책값이 예전보다 많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책값이 왜 이렇게 오르게 된 것일까.

바로 도서정가제라는 제도 때문이다. 도서정가제란 책의 정가를 정하고 할인을 금지 또는 제한하는 제도다.

도서정가제는 소형 서점의 활성화를 유도하기 위해 발의됐으며, 모든 서적의 할인율을 15% 이내로 제한해 무분별한 가격 경쟁을 차단하는 데 목적이 있다. 좋은 취지로 만들어진 법이지만, 이 법으로 인해 동네 서점과 소비자 모두 피해를 보고 있다.

무엇보다 동네 서점 살리기라는 명분에 어울리지 않게 웹 소설까지 도서정가제를 적용하기 위한 움직임도 보인다. 이처럼 원래 의도와는 다르게 흘러가고 있는 도서정가제와 비싼 책값에 대한 합당한 이유가 있는지, 도서정가제가 실질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내고 있는지 살펴보자.

근본적으로 동네 서점을 살려야 하는 도서정가제는 역효과가 더 크다.

동네 서점은 대형 서점과 달리 소화할 수 있는 책의 개수가 다르기 때문에 가격이 올라 책이 안 팔린다고 하더라도 타격을 더 강하게 받는 것이다. 가격이 같다고 경쟁률이 오르는 것도 아니다.

대형 서점은 포인트나 할인율, 제휴 할인이 가능해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다. 도서정가제가 과연 동네 서점을 살리기 위해 진행되는 것인지 의문이다.

신인 작가들에게도 도서정가제는 좋지 않은 선택이다. 책 가격이 비싸지면서 독자들이 책을 소비하고자 하는 심리를 위축시켰고, 자연스레 검증되지 않은 신인 작가들의 책에는 눈길이 가지 않게 된다. 그리고 문제집과 대학교재는 가격과 상관없이 구매해야만 하는 책이지만, 소설과 에세이는 또 어떤가. 소비자들은 구매를 망설이게 될 것이다.

출판사는 독서의 가치를 그대로 느껴야 해서 비싼 가격이 성립돼야만 한다고 한다.

책은 그냥 만들어지는게 아니라면서 비싼 가격을 정당화하고,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은 책값 가지고 왈가왈부 안 한다면서 반대하는 사람들을 책에 관심도 없는 사람으로 치부하기도 한다. 또 도서정가제를 반대하는 측에게는 “무슨 책을 읽냐”면서 비싸게 사지 않는다면 책의 가치도 모르는 사람인 양 물어보기도 한다.

소비자에게 책의 가치를 강요하며 비싼 돈을 요구하는 것은, 결국 선민사상에 빠져 있는 것일 뿐이다. 이 법의 시행 의도와 목적이 독서의 가치를 소비자에게 전하는 감동적인 목적이 아닌데도 말이다.

물론 가치를 하나하나 즐기는 책을 사랑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가치보다는 취미와 호기심으로 읽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독서의 가치를 생각해야 한다면서 정작 독서의 가치를 느끼지 못하도록 출판사에서 가로막고 있는 격이나 다름없다.

이러한 생각은 결국 서점에도, 소비자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책은 그 자체로 상품이다. 이 세상 어느 것도 과정이 중요하지 않은 상품은 없다.

모든 소비자가 책의 가치를 느끼면서 한 글자 한 글자에 감사하기만을 바라는 선민사상에 빠져 가격을 자기들 마음대로 측정하는 행위는 비판받아야 마땅하며, 중단해야 한다.

소비에 가장 큰 동기 부여를 주는 것은 할인이다. 독서문화를 증진시키고 국민들에게 독서 활동을 권장해야 할 정부가 책을 비싸게 사게 하는 것은 모순이다. 동네 서점이나 소비자 등 누구도 이익을 보지 못하고, 오히려 독서 활동에 방해만 되는 이 제도는 아예 폐지돼야 한다. 사람들이 책을 많이 사야 도서시장이 살아날 것이다. 도서정가제. 과연 누구를 위한 법인가.

박지수 양주 백석고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