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문화예술을 누리다] 북수원 문화공감: 111CM 곁의,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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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CM 외관 모습.

지구촌을 휩쓸었던 코로나19의 상흔을 극복하려는 움직임이 지속되는 가운데, 그 어느 때보다도 시민들의 일상과 생활 공간을 잇는 방식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문화도시 수원의 최대 과제 역시 시민들과 동행하는 문화생태계 터전을 마련하는 일이다.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북수원 복합문화공간 111CM에서 열린 3일간의 일정은 이에 대한 고민과 해답이 총망라된 시간이었다. ‘2022 북수원 문화공감: 111CM 곁의, 우리’라는 이름으로 열린 행사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 교육과 전시, 공연으로 시민들이 주체가 돼 즐기는 또 하나의 문화를 탄생시켰다.

 

■ 하나의 공간 속 다채로운 문화생활, 시민과 공간 잇는 111CM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111CM을 찾는 시민들은 하나의 공간 속에서 각기 다른 방식으로 각자만의 시간을 만끽할 수 있었다. 전시장에 들어서기 전부터 보이는 2층 야외 공간엔 거대한 조형물이 단번에 눈길을 사로잡고 있었고, 내부로 들어서자 왼편에 보이는 전시 공간, 오른편에 위치한 기다란 테이블 너머로 라운지 무대와 벽면 패널 등이 한눈에 들어왔다. 기다란 라운지 테이블 위에 마련된 체험 공간에선 부모 손을 잡고 온 아이들이 나무 목걸이에 색칠을 하거나 찻잔받침을 만들면서 자신만의 추억을 남기고 있었다.

 

주말을 맞은 시민들은 각자의 ‘힐링 타임’을 찾으러 이곳을 찾았다. 체험 공간에서는 고사리 같은 손으로 만든 꽃 목걸이를 엄마한테 자랑하며 웃고 있는 다섯 살 배기 딸의 모습도 보였다. 공연이 시작되자 객석에 이미 자리를 잡고 음악을 즐기는 사람들, 전시 공간을 기웃거리는 이들 등 모두 한 공간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시간을 보냈다. 네 번째 토요일에 모임을 가지는 스케치 모임 ‘어반스케쳐스 수원’의 회원 6명은 에듀플루트오케스트라의 아름다운 플루트 선율이 라운지 공연장에 퍼지자 객석 옆에서 캔버스에 공연하는 연주자들을 그렸고, 그림이 완성되자 인증샷을 남기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이날 시민들과 함께 교류했던 지역 내 예술인들 역시 일상 속의 예술을 누리는 방식에 관해 생각을 펼쳐 놓았다.

 

2부 공연에 참여했던 경기라온제나오케스트라의 문상용 지휘자는 “지자체와 함께 지역 예술문화 저변 확대에 기여할 수 있다는 건 뜻깊은 경험”이라며 “단원 30여명이 시간을 쪼개 평일 저녁에 연습을 하고 있는 만큼, 더 나은 문화생활을 향한 시민들의 열정이 빛을 보는 자리가 많아졌으면 한다”고 밝혔다.

 

공연과 봉사를 이어나가고 있는 훌라댄스 강사 모임 아이나훌라의 김종심 대표는 “춤을 출 때 함께 협업할 수 있는 악기 연주자들을 만나려면 이런 지역 문화 교류의 장이 많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가죽 찻잔받침, 냅킨아트와 스텐실, 나무목걸이 제작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진행될 수 있도록 지역 프리랜서 작가들과 소통해 온 김영필 지오그라피 대표도 “작가들이 활동할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하고 싶다”며 “이곳이 단순한 전시장을 넘어 지역사회가 함께 만들어가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3일 동안 낭독과 인형극, 미디어아트 등의 아트워크 전시에 이어 커뮤니티 소통 프로그램과 각종 공연 및 체험들이 111CM을 수놓았다. 그만큼 이번 축제는 다양한 분야의 문화예술을 접하는 시민들이 장벽을 허물고 마음껏 일상과 결합할 수 있게 하는 자리였다.

 

케이티김 사진작가, 최보결 안무가 등과 함께하는 ‘전문가 만남’에선 시민들이 평소 접할 수 없었던 교육이 열렸다. 공연·체험 워크숍을 통해서는 지역 예술인들과 함께 시민들이 직접 무대에 참여하기도 했다. 마지막 날엔 정용실 KBS 아나운서의 마음감정 대중강연, 지원숙 북내레이터의 그림책 극장 등의 무대가 시민들의 마음을 어루만졌다.

 

111CM 인근 아파트에 거주하는 이보라씨(41)는 다섯 살 된 딸을 데리고 이곳에 방문했다. 그는 “매일 오는 곳인데 평상시엔 전시만 하다가 이렇게 다양한 행사가 열려서 만족스럽다. 아이에게도 다채로운 문화를 접하게 할 수 있어 교육적으로도 좋은 것 같다”면서 “3일간 즐겼던 좋은 공연과 행사들을 통해 지역 내 많은 분들이 예술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고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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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경기라온제나오케스트라가 지휘자의 지휘에 맞춰 2부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③시민들이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체험하고 있다. ④ 포즐사(포크댄스를 즐기는 사람들)가 시민들과 함께 포크 댄스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⑤ 아이나훌라와 훌라헤븐이 훌라 댄스 공연을 관객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⑥ ‘케이티김과 함께하는 사진교실’이 진행되고 있다. 수원문화재단 제공

■ 수원문화재단 문화도시센터, 북수원 생활권역 정체성 찾기 프로젝트

복합문화공간 111CM은 1971년부터 2003년까지 담배를 생산하는 연초제조창이었다. 공장 가동이 중단된 이후 20여년간 방치됐던 이곳이 지난해 11월부터 수원시민들의 문화생활을 위한 커뮤니티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다양한 전시와 문화 프로그램, 공연, 교육 등이 펼쳐질 수 있는 111CM이 문화도시 수원의 정체성을 잡아가는 데 중요한 거점이 되는 셈이다.

 

이와 더불어 수원문화재단 문화도시센터는 시민이 가장 가까이에서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도록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문화도시의 정체성을 세워나가고 있다. 특히 2021년 11월에 지어진 수원시 복합문화공간 111CM을 활용한 다양한 전시 및 공연, 문화예술교육 등을 통해 북수원 지역의 문화예술 거점 공간에 관한 연구와 실험을 이어나가고 있다. 특히 문화도시센터는 2022년 한 해 동안 북수원 생활권의 정체성을 탐색하기 위해 111CM의 공간활용과 연계한 프로그램을 많이 기획했다.

 

이번 행사는 문화도시 수원을 구축하는 데 있어 5개 권역별로 나뉜 수원특례시의 지역별 편차를 해소하고 새로운 지역의 정체성을 입혀가는 과정 중 하나로 마련됐다. 축제에선 라운지 테이블과 무대, 라운지 내 다목적실, 벽면 패널, 전시 공간, 2층 야외 공간 등 111CM 내·외부의 공간이 전부 활용된 만큼, 시민들이 자유롭고 풍성한 문화 교류에 집중할 수 있기도 했다. 특히 111CM을 찾는 시민들이 수동적인 체험에만 머무르지 않도록 다양한 콘셉트의 프로그램을 도입해 보다 능동적으로 일상 속의 문화예술을 누릴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선옥 수원문화재단 문화도시센터장은 북수원 권역의 플랫폼 구축에 있어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설명한다. 북수원의 지역 문화를 하나로 특정짓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 지역 공방을 운영하는 작가들, 시민들이 모이는 각종 모임 등을 찾아내 연결하고 규모를 키워 나가는 작업에서 많은 고민과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센터장은 “시민들의 일상 공간에 녹아든 111CM의 다양한 활용법에 따라 북수원만의 고유한 컬러가 잡혀갈 것으로 보고 있다”며 “북수원, 수원화성, 서수원, 광교, 영통 등 각기 다른 5개의 생활권역별 특성을 살리는 데 있어 고민을 거듭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센터장은 “코로나19에서 벗어나는 전환기를 맞이하는 시점에 단절되고 침체돼 있던 것들을 회복하는 방안들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행사 같은 교류의 장을 최대한 많이 마련해 수원 시민 모두의 삶에 스며드는 문화도시를 꾸려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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