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켄지 기자가 의병 찍은 장소... 사탄 전투 전사자 찾기 나서
무명의병 포럼 준비委 주최 ‘추모행사·학술 심포지엄’
기억되지 못한 한말 순국 무명의병을 역사의 무대로 끌어올리는 ‘잃어버린 무명의병을 찾아서’ 프로젝트가 무명의병의 흔적에 한 발 더 다가섰다.
지난 24일 오후 2시 경기일보 대회의실에서 열린 ‘잃어버린 무명의병을 찾아서’ 추모 행사 및 학술 심포지엄에서는 종군기자 매켄지가 의병을 촬영한 장소가 확정되고 1907년 사탄전투에서 전사한 무명의병 찾기를 본격화한 내용이 공개됐다.
이날 열린 심포지엄에서 역사지리학자인 김종혁 역사지도공작소 소장 등 전문가들은 “사진 촬영 장소의 단서들을 고지도와 문헌, 현장답사 등으로 확인했는데, 남산 등고선 라인을 보면 ‘양평군 양평읍 오빈리’로 보는 게 종합적으로 맞는 것 같다”고 밝혔다. 그동안 매켄지 기자의 의병 사진 촬영 장소는 양평군 옥천면 아신리와 양평읍 오빈리 중 오빈리가 유력 후보지로 추정돼 왔으나 역사학자와 지리학자 등 전문가 집단이 공식적으로 확인해 밝힌 적은 없었다.
심포지엄에선 매켄지 기록에 남겨진 순국 무명의병을 찾아나서는 과정도 공개됐다. 강진갑 역사문화콘텐츠연구원장은 “1907년 사탄전투에서 전사한 무명의병의 묘로 추정되는 묘와 그의 후손으로 추정되는 분을 만났다”며 “역사의 뒤안길에 밀려난 한말 무명의병을 기억하는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무명의병 쉼 없이 연구, 역사무대로… 미래세대에 전승해야”
‘잃어버린 무명의병을 찾아서’ 추모 행사 및 학술 심포지엄에서는 지난 9월30일 ‘잃어버린 무명의병을 찾아서’ 포럼이 발족된 후 50여일 동안 추진단이 좇아간 무명의병의 흔적을 공유했다. 또 앞으로 시민 사회와 함께 나아가야 할 방향, 향후 해야 할 역할을 정립하는 시간을 가졌다.
■ ‘잃어버린 무명의병을 찾아 기억하고 기념하기’…열띤 토론
학술 심포지엄에서는 윤유석 경희대 학술연구교수가 사회를 맡아 ‘한말 잃어버린 무명의병을 찾아 기억하고 기념하기’를 주제로 주제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주제 발표 1·2에서는 의병에 대해 기록한 종군기자 F.A. 매켄지가 의병을 찾아나선 여정을 토대로 한 내용이 발표됐다. 첫 번째 발표자로는 향토사학자이자 의병연구자인 이복재 양평의병기념사업회 회원이 ‘양평지역의 무명의병’을 발표하며 ‘대한제국의 비극’에 관한 심층적 조사연구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는 “매켄지 사진에 나오는 12명 의병에 관한 조사 연구와 이들에 관한 신원 연구, 매켄지가 만난 의병대장, 매켄지가 양평에 오던 날 새벽에 부상과 전사한 의병을 조사 및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철기 민족문제연구소 책임연구원도 ‘대한제국의 비극’에서 주목해야 할 것들을 짚었다. ▲의병조직에 대한 기록 ▲외국인에 대한 교전수칙 기록 ▲휴가나 외박 등 가능한 의병부대 운영에 대한 기록 ▲총상입은 의병 치료 기록 ▲의병이 입은 군복에 대한 기록 등이다. 그는 “군복 등 군수물품 등을 통한 의병을 분석하면 잃어버린 무명의병을 찾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제 발표 3·4에서는 무명의병 기림 사업과 관련된 발표가 이어졌다.
조미순 (주)블루디시 대표는 “처음에는 왜 이것을 시민운동으로 조직하려 할까? 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가치를 공유해 공동체의 역사인식을 강화하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시민운동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목적, 목표, 전망은 우리가 반드시 가지고 있어야 할 가치”라며 “시민단체와 어떻게 연대할 것인가, 누구와 연대할 것인가 등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영주 경기도문화원연합회 사무처장은 ‘무명의병의 기억 및 기념 문화사업의 방향’ 주제 발표에서 “의병은 국가가 사라지면서 경찰과 국가가 기능하지 못할 때 자발적, 독립적, 민주적, 지역적으로 성립된 폭력기구라고 규정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민족이라는 거대 담론에 묻기보다는 한 명 한 명의 서사를 만들어가는 게 좋을 것 같다. 무명의병의 현재적 적용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 무명의병 기억…시민운동으로 퍼져 동시대에 기억되길
이어진 토론에서는 이준식 전 독립기념관장과 김종혁 역사지도공작소 소장이 ▲무명 독립운동가를 기리는 사업의 필요성 ▲매켄지 사진 촬영지 추정 장소에 대한 확인 작업 등을 발표했다.
이준식 전 관장은 국가 차원에서 무명 독립운동가를 기리는 사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름을 남기지 못했지만 목숨까지 바쳐가면서 독립을 이루려고 했던 ‘무명’ 독립운동가들을 제대로 기억하는 것이 2022년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책임”이라며 “그들은 우리의 할머니, 할아버지, 우리의 형제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심포지엄에서는 ▲매켄지의 ‘대한제국의 비극’에 실린 의병 사진 촬영 장소 확정 ▲1907년 사탄전투에서 전사한 무명의병 찾기 등 두 달여간의 활동이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강진갑 역사문화콘텐츠연구원장은 “매켄지 책에 기록된 1907년 사탄전투에서 전사한 무명의병과 그의 묘로 추정되는 곳을 찾았다. 이러한 이름없이 묻혀진 분들을 발굴하는 작업에 대해서도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역사지리학자인 김종혁 역사지도공작소 소장은 매켄지가 의병을 촬영한 장소로 추정되는 곳을 재확인하고 고증한 작업을 공개했다.
그는 “매켄지의 사진은 점심 때 찍은 사진으로 남쪽에서 북쪽을 바라보고 찍었을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최종적으로 매켄지의 이동 경로나 사진에서 바라보는 방향성, 시간대 등을 종합하면 이복재 향토사학자께서 처음 제안하셨던 오빈리 지점이 맞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심포지엄에 앞서 열린 추모 행사에서는 김영아 성균관대 문화융합대학원 초빙교수와 이영찬군(수원 파장초 3년)이 오프닝 무대에 나서 ‘무명의병과의 대화’를 모노드라마로 선보였다. 무명의병을 현 시대에 불러 추모하는 동시에 미래에 물려줘야 할 기억임을 각인시켜 참석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축하 영상 메시지를 통해 “목숨을 아끼지 않았던 우리 선조들 덕분에 지금에 대한민국에 존재하고 번영할 수 있었다”며 “이번 행사를 계기로 무명의병들을 기리면서 경기도가 여러분의 든든한 동반자가 될 것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염동현 경기도의회 의장은 “이 행사가 순국한 무명의병을 기억하고 그 뜻을 좇아 새롭게 조명되는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용주 경기남부보훈지청장은 “심포지엄을 통해 다양한 무명의병을 재조명하고, 경기도에서 불멸의 햇불이 활활 타오를 그날을 기다리며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정자연기자·김건주수습기자
※ 이 기사는 2022 문화예술 일제잔재 청산 및 항일 추진 공모사업의 일환으로 제작되었습니다. (후원: 경기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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