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에너지 다이어트

연말이면 유럽의 크리스마스 마켓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독일, 오스트리아, 체코, 프랑스 등에서 한 달여간 열리는 마켓에는 전 세계 관광객들이 넘쳐난다. 크리스마스 마켓은 코로나19로 2년여간 열리지 않다가 올해는 문을 열었다. 독일만 해도 1천개 넘는 곳에서 축제가 열린다. 대표적인 곳이 뉘른베르크와 드레스덴이다.

러시아발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유럽에서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릴 수 있겠냐는 우려가 있었다. 전쟁 여파로 가스 공급이 부족해 혹독한 겨울을 보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독일은 크리스마스 마켓은 열었지만 전등 장식이나 부대시설 사용은 제한하고 있다. 시청과 같은 관광명소 장식 조명을 켜지 않았다. 크리스마스 마켓에 사용되는 등은 발광다이오드(LED)를 사용했다. 마켓의 야외 식사시설은 난방을 하지 않았다. 오후 10시 이후 가로등의 개수나 밝기를 줄였다.

에너지전쟁 여파로 유럽은 추운 겨울, 추운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밖에 없다. 프랑스는 파리의 상징인 에펠탑의 야간조명 소등을 새벽 1시에서 오후 11시45분으로 앞당겼다. 대다수의 유럽 국가가 가정과 사업체, 공공건물에서 실내온도를 19도 이상으로 올리지 말 것을 독려하며 절전 모드에 들어갔다.

우리나라에서도 에너지 절약 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에너지시민연대는 ‘슬기로운 겨울나기 꼬꼬에(꼬리에 꼬리를 무는 에너지 절약)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하루에 한 개 에너지 절약 행동에 동참하자는 ‘1일 1 에너지 다이어트 챌린지’도 펼치고 있다.

전 세계가 에너지 위기로 고통을 겪고 있다. 한국도 에너지 수입이 급증하면서 고물가의 주범이 되고 무역수지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한국의 에너지 사용량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80%를 넘는 현실을 생각하면 에너지 다이어트가 절실하다. 전기 사용량을 10% 감축하고 실내 온도를 18도로 낮추자는 ‘에너지 다이어트 1018’ 캠페인, 내복과 터틀넥, 목도리 등 방한용품을 착용하는 ‘온(溫)맵시’ 실천 등 전 국민의 동참이 필요하다.

이연섭 논설위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