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시늉만의 이전’ 형지패션...‘디자인 송도’ 꿈에 찬물이다

요즘 인천 송도국제도시의 형지글로벌패션복합센터를 지나노라면 건물 벽의 거대한 휘장을 보게 된다. ‘패션그룹 창립 40주년 All New 형지 @송도’ 시민들은 ‘국내 굴지의 패션그룹도 송도에 둥지를 틀었구나’들 여긴다. 실제로 형지그룹은 이미 서울의 본사와 계열사들이 옮겨왔다며 센터 입주식도 성대히 치렀다. 그러나 그게 아닌 모양이다. 최근 ‘무늬만의 이전’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는 것이다. 핵심 계열사들의 주소지는 여전히 서울에 남아 있다. 그룹사가 입주했다는 사무 공간의 상당 부분이 텅 비어 있다고 한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지난 2013년 형지그룹과 ‘형지글로벌패션복합센터’ 건립을 위한 토지매매계약을 했다. 부지 1만2천501㎡ 중 업무시설 등을 조성 원가로 싸게 형지에 제공하는 대신, 형지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을 송도로 이전한다는 내용이다. 지난해 말 준공한 센터는 지하 3층, 지상 32층 규모로 판매시설과 오피스 공간 및 오피스텔 등으로 구성돼 있다. 지난 9월 형지는 서울 강남구와 역삼동 및 도곡동에 있던 본사와 계열사들이 이전했다며 입주식을 열었다. 그러나 현재 형지의 계열사 11곳 중 센터에 입주한 회사는 네오패션형지㈜와 ㈜까스텔바작, ㈜형지아이앤씨, ㈜형지에스콰이어, ㈜형지엘리트 등 5곳 뿐이다. 이 중에서도 핵심 계열사인 ㈜까스텔바작, ㈜형지아이앤씨는 법인등기부상 주소지가 여전히 서울 강남구 개포동 옛 본사 건물이다. 특히 핵심 부서라고 할 수 있는 디자인팀 및 영업팀 일부도 여전히 서울에 있다. 이 밖에 쇼핑몰 ㈜아트몰링을 비롯해 ㈜형지리테일 등 나머지 계열사는 부산 등에 있다. 실제 송도 글로벌패션복합센터 안 형지그룹이 입주한 사무공간 전체 17개 층 중 4개 층이 텅 비어 있다고 한다.

지역 안팎에서는 형지그룹이 인천경제청으로부터 싼값에 땅을 사들여 패션센터를 지으면서 오피스텔 분양으로 막대한 이익만 챙긴 거 아니냐는 시선이다. 그러고는 정작 계열사 이전에는 시늉만 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계열사 이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송도 글로벌 패션클러스터’ 조성 사업의 전망도 어둡다고 한다. 인천경제청이 한국뉴욕주립대 패션학과와 함께 패션 분야 산학협력을 일으키고 관련 기업들을 유치하려던 사업이다. 이 사업은 형지그룹의 계열사 이전을 전제로 시작했다.

형지 측은 정기총회를 못해 주소지를 변경하지 않았다고 한다. 기업의 주요 의사결정을 강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금싸라기 송도 땅을 원가로 받았으면 ‘송도 이전’이라는 당초의 약속은 지키는 게 맞다. ‘바이오 송도’ ‘정보통신 송도’에 이은 ‘디자인 송도’에의 꿈에 찬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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