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균쇠= 재레드 다이아몬드 박사가 퓰리처상을 수상한 인류문화 역사책 총균쇠, 문명의 차이 새로운 견해 제시 8만명 잉카제국, 168명 스페인과 전쟁 무기·기술·세균 내성 차이가 패배요인...자신과 적합한 사회 겸손한 자세 필요
국가마다 문명이 발달한 정도는 다르다. 어떤 국가는 여러 식민지를 건설했지만, 어떤 국가는 식민지는커녕 중세 시기의 문명, 혹은 그 이전에 머물고 있다. 문명 발달의 차이는 어디서 나타나는 것일까. 일부 학자는 인종의 차이가 문명의 차이를 발생시킨다고 보며, 백인은 문명을 발달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유전적으로 우월한 인종’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종의 기원’에서 나왔던 찰스 다윈의 자연선택설과 적자생존의 원리가 올바르지 못하게 적용돼 ‘사회진화설’이 된 것이다.
문명의 차이가 왜 발생했냐고 물어봤을 때 가장 쉽게 댈 수 있는 근거가 사회진화론이지만 사회진화론이 옳지 않다는 점은 모두가 알고 있다. 새로운 견해를 완벽하게 제시한 역사적인 책이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총균쇠’다.
‘총균쇠’에서는 문명의 발달이 모두 운에 기인한다고 설명한다. 1532년, 스페인 제국이 잉카 문명을 완전히 제압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168명의 스페인 군대와 8만명의 잉카제국 간의 싸움에서 스페인이 어떻게 승리할 수 있었을까. 여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스페인은 잉카제국에 대해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었고, 잉카제국은 아무런 정보가 없어 전쟁 준비를 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 다음은 제목에서도 나타나 있는 ‘총’과 ‘쇠’다. 발전된 무기와 기술이 스페인 군대를 더 강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가장 큰 원인은 ‘균’이다. 스페인 군인들은 몸속에 천연두, 장티푸스, 홍역을 가지고 왔다. 잉카제국 사람들은 이 병들에 대한 내성이 없었다.
스페인 군대는 어떻게 잉카제국이 가지지 못한 총, 균, 쇠를 가질 수 있었을까. 가장 큰 이유는 농업 혁명이다. 농업을 통해 인구가 모이면서 전문 기술이 발전하게 됐다. 그리고 식량의 저장, 배분, 계산 과정에서 문자도 만들어졌다. 이 문자로 선조들의 여러 시행착오를 기록할 수 있게 되고 엄청난 데이터를 쌓을 수 있게 됐다. 또 농업 혁명에 필요한 가축의 문화에서 전염병을 접할 수 있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항체가 생겼다.
물론 아메리카 대륙에도 농업이 존재하긴 했지만 확산이 쉽지 않았다. 아메리카 대륙은 유라시아 대륙과 달리 세로로 길기 때문이다. 대륙이 가로로 길어야 위도가 같아져 기후, 식생, 그리고 토양이 일치하는 환경이 마련될 수 있다. 특히 유라시아 대륙에는 가축으로 쓸 수 있는 다양한 포유류도 많았다.
이처럼 문명의 발달은 유전적인 우월성에 기인한 것이 아니다. 나는 이러한 문명 발달의 우연성을 현대 사회의 빈부격차에 적용해 보았다. 마이클 샌델은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에서 마이클 조던이 부자인 이유가 마이클 조던의 우월한 유전자 때문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마이클 조던의 농구에 대한 재능은 충분히 찬양할 만하지만, 사회가 농구에 열광하지 않고 무관심했다면 마이클 조던이 지금같은 부를 누릴 수 없었을 것이라는 이유다. 농구를 잘하는 사람이 많은 부를 얻을 수 있는 이유는 단순히 농구를 잘하는 유전자가 아니라 농구를 좋아하는 사회에 그 사람이 태어났기 때문이다.
타인이 가진 부의 정도를 가지고 사람을 차별하거나 혹은 찬양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러한 태도가 과연 옳을까. 어떤 사람이 부를 얻을 수 있었던 이유는 그 사람이 사회가 요구하는 것을 가진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우월성이 아니라 자신에게 적합한, 혹은 적합하지 않은 시대에 태어났다는 운이므로 이에 따른 경제적 성공 혹은 실패를 바탕으로 사람들을 차별화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 심지어 부자인 사람들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부가 존경, 혹은 찬양받는 것이다. 사람들은 경제적 능력에 따라 차별하거나 무시하지 않고 항상 나에게 적합했던 사회에 감사하고 겸손한 자세가 필요하다.
조수빈 용인 한국외대부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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