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거래 급감 여파로 이 같은 불황은 생전 처음 겪어봅니다.”
부동산 시장의 ‘거래절벽’이 장기화되며 이사나 인테리어 등 부동산 연관 산업에 종사하는 자영업자들까지 ‘비명’을 지르고 있다.
11일 경기부동산포털에 따르면 지난 달 경기지역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2천298건으로 올해 들어 가장 낮았다.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지난 4월 이후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 1~11월 거래량은 총 4만2천700건이었는데, 이는 지난해(14만2천650건)와 비교하면 약 70%나 감소한 수치다. 또 한국부동산원 조사 결과 12월 첫째 주 도내 주간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69.2를 기록해 70선이 무너졌다. 매매수급지수는 100보다 낮을수록 매도자는 많고 매수자는 적다는 의미다.
이같이 부동산 시장에 ‘거래 한파’가 닥친 가운데 이에 즉각 영향을 받는 업종에선 근근이 버티거나 폐업을 고민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은 곳은 이삿짐 업체들이다. 성남에서 이삿짐센터를 운영하는 A씨(55)는 이사 수요 급감으로 최근 ‘개점휴업’ 상태를 이어오고 있다. 소위 ‘이사철’이라 불리는 11~12월에도 일감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이기 때문이다. 그는 “작년만 해도 이 맘 때만 되면 매일 일했는데, 요즘은 일주일에 한 번 일하기도 힘든 수준”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인테리어 업체들도 상황은 마찬가지. 특히 인테리어 업계는 주택 거래량이 줄면 매출도 함께 감소한다. 실제로 통계청 등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주택 매매량은 10만7천354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59% 감소한 가운데 가구제조업생산지수도 덩달아 전년 동기 대비 3.7% 떨어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원자재 가격마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광주에서 가구업체를 운영하는 B씨(53)는 “인테리어 수요는 작년보다 절반 넘게 감소한 상황에서 자재비는 급격히 올라 원가가 30% 이상 뛰었다”며 “가격을 높여 팔게 되면 손님이 줄 수밖에 없어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들도 매출 부진을 면치 못하는 중인데, 업계 1위 한샘은 올해 3분기 매출액이 4천77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9%나 줄었다.
이기찬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부동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주택 거래가 위축되면 관련된 산업에서 일하는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까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정부 차원에서 거래량 회복을 위해 세금 규제 완화 등의 방안을 폭넓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규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