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온고, 부정부패에 멍드는 아이들] ④“현금 필요하다며 야구배트 구입으로 속여 학교 예산 페이백”

평택 라온고등학교 야구부 감독 A씨가 학부모들로부터 상납을 받거나 코치진의 판공비를 자신의 계좌로 돌려받았다는 의혹(경기일보 10월28일자 4면 등)으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학교 운영비로 허위 물품 구매 계약을 한 뒤 1천여만원이 넘는 해당 비용을 현금으로 받아 챙겼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12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역 내에서 야구용품점을 운영 중인 B씨는 지난 2018년 7월께 라온고 야구부 코치였던 C씨로부터 “A씨가 야구용품을 구매하는 것처럼 학교에서 예산을 받은 뒤 현금으로 돌려줄 업체를 찾아보라고 지시했다”며 야구배트 500만원 어치를 판매하는 것처럼 허위 서류를 만든 뒤 해당 금액을 현금으로 돌려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C씨와 친구사이였던 B씨는 A씨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곤란한 상황이라는 친구의 말에 결국 이 같은 요구를 수용했다.

B씨는 이후 학교 측에 자신의 야구용품점에서 1개당 20만원짜리 야구배트 25개를 판매하는 500만원짜리 견적서를 전달했다. 이 과정에서 거래에 참여하지 않은 또 다른 업체의 허위 견적서 2개도 학교로 전달됐다. 마치 3개의 업체 중 B씨 업체를 선정해 야구배트를 구매한 것처럼 꾸미기 위해서다. 그러나 당시 실제 거래는 이뤄지지 않았다. 학교로부터 500만원을 입금 받은 B씨는 세금을 제외한 400만원을 현금으로 봉투에 담아 안양의 한 야구장에서 C씨에게 전달했다. C씨는 이 봉투를 A씨에게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거래는 한 번에 그치지 않았다. 2019년 11월께 B씨는 또다시 같은 부탁을 받았다. 이번에는 금액이 늘어 1천만원에 달했다. 이번에는 50개의 야구배트를 판매하는 것처럼 허위 견적서를 꾸며 학교 측에 전달했고, 야구배트 50개를 들고 학교에 가 행정실 직원에게 확인을 받기도 했다. 확인을 받은 야구배트는 모두 B씨가 다시 가져왔다. 이후 1천만원이 입금되자 B씨는 세금을 제외한 900만원을 인출해 학교 앞 패스트푸드 매장에서 C씨에게 전달했다. C씨는 이를 또다시 A씨에게 전달했다고 했다.

이 같은 행위는 업무상 횡령, 사문서위조 및 사문서행사,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등에 해당하는 범죄 행위다.

이에 대해 C씨는 “당시 B씨에게 현금으로 돈을 돌려 받아 A씨에게 전달했다”면서 “A씨가 이를 지시해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A씨는 여러 차례 전화와 문자 메시지, 대면 등을 통한 해명 요구에도 인터뷰를 거절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학교 측은 “(A씨 등)당사자들을 제외하고는 당시 근무했던 사람이 없어 사실 확인이 어렵다”며 “관련 내용에 대한 자료 등을 살펴보고 필요한 조치가 있다면 하겠다”고 밝혔다.

김경희·한수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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