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법원이 ‘대표 선출 문제 있다’고 했다/화해·사퇴... 곽미숙 대표가 선택해라

법원의 가처분 결정이 갖는 의미는 크다. 향후 전개될 본안 판결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다. 많은 경우, 가처분 결정과 본안 판결의 방향은 같다. 이런 가처분 결정이 경기도의회 국민의힘에 내려졌다. 국민의힘 비대위가 곽미숙 대표를 상대로 낸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이다. 법원이 비대위의 이 신청을 인용했다. 결정이 나온 것은 9일이다. 그날부터 곽 대표의 직무는 정지됐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본안 소송이 끝날 때까지 효력은 유지된다.

곽미숙 대표를 선출하는 과정이 위법했다는 게 법원 입장이다. 비대위가 “국민의힘 당규에 의하면 당 대표를 의원총회에서 선출해야 하는데, 곽 대표는 재선 이상 의원 15명의 추대로 선출돼 60명이 넘는 초선 의원들의 선거권을 박탈했다”고 주장했다. 당 대표 출마 의향자의 피선거권도 박탈됐다고 했다. 당선인 상견례에서 추대 형식으로 대표를 선출했는데 “오지 않은 임상호 의원의 경우 출마 의사가 있었다”는 것이었다. 이게 인정된 결정이다.

본안 소송은 시작도 안 됐다. 비대위가 아직 내지 않았다. 가처분은 사건의 시급성을 감안해 내린다. 본안 소송은 가처분과 다르다. 항소까지 해서 수년에 이르기도 한다. 도의회 당 대표는 전반기와 후반기로 나뉘어 선출된다. 현 곽미숙 대표 체제는 전반기 2년으로 봄이 타당하다. 곽 대표 직무 기간 모두를 쟁송에 매달려야 할 수 있다. ‘대표 대행 체제 국민의힘 2년’이 될 터다. 도민의 이익과 상관 없고, 도민이 허락한 적도 없는 2년이다.

이렇게 된 데는 여러가지 정치적 요소가 있다. 직접적 계기는 의장 선거 패배였다. 8월9일 의장 선거에서 국민의힘은 5명 이상의 이탈표를 내면서 더불어민주당에 졌다. 78 대 78 의석에서 그 수가 훤히 보인 패배였다. 그 책임을 묻겠다며 정상화 추진단이 구성됐고, 2·3선 의원이 주축이 된 비대위로 전환됐다. 여기까지는 정치적 공세였다고 치자. 양비론으로 다뤄야 할 정치적 갈등이었다고 보자. 하지만 지금부터는 다르다. 법원 판단이 나왔다.

현 시점에서의 법률적 해석이다. 곽 대표의 대표 선출 과정은 위법했고, 이를 근거로 시작된 직무는 중단돼야 한다는 법의 선언이다. 본안 재판까지 이 상태를 유지해도 좋을 만큼 여유 있는 도의회가 아니다. 그러면 이런 법원 취지에 맞는 결단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이런데도 당은 또 내분을 시작했다. 수석 부대표의 직무 대행을 두고 또 충돌한다. ‘헌법, 법률, 당헌을 준용해 대표 직무를 대행한다’는 쪽과 ‘당규에서 정한 도당위원장의 임명 절차를 밟지 않았다’는 쪽이 붙었다.

양측 모두 앞세우는 건 ‘도민의 뜻’ ‘산적한 현안’이다. 그런데 서로 말하는 해결 방향은 다르다. 집행부는 대행 체제를 말하고, 비대위는 재선출을 말한다. 어느 쪽이 옳은가. 가처분이 법원의 확정력 있는 판단인 만큼 그를 근거로 보는 우리의 판단은 이렇다. 곽미숙 대표가 풀고 가야 한다. 비대위 의원들과의 대화를 통해 쟁송을 끝내는 방법이 하나고, 과감한 대표직 사퇴로 당에 새 출발 길을 열어주는 게 다른 하나다. 어느 쪽이든 곽 대표의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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