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행위자가 되는 안락사와 달리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조력 자살’ 환자 고통 경감 차원에선 긍정적이나 사회적 생명경시 풍조 등 부작용 우려
뉴스를 보다가 적잖이 충격적인 소식을 접했다. 스위스에서 조력 자살 캡슐인 ‘사르코(sarco)’라는 기구가 도입됐다는 소식이다.
사진을 보니 긴 타원형 캡슐 모양이었는데, 언뜻 보기에 뚜껑이 있는 커다란 안마의자 같기도 하고 1인용 첨단 선탠 기구 같기도 했다. 여하튼 이 기구는 ‘사용자가 버튼을 누르면 질소를 투입해 저산소증으로 사망하게 하는 원리’라고 한다. 과연 이런 건 누가 왜 개발을 했을까. 아니 그것보다는 이런 것을 개발했다는 것도 신기하거니와 이렇게 첨단 기구 속에 들어가서 스스로 죽음의 버튼을 누를 수 있다는 게 와 닿지가 않아 관심을 갖고 찾아보게 됐다.
네이버 국어사전에 보면, 조력 자살이란 의료진의 도움으로 기구나 약물을 제공받아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인데, 여기서 ‘스스로’라는 말이 아주 중요해 의사가 행위자가 되는 안락사와는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자세히 보니 스위스는 1942년부터 자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에게도 조력 자살을 허용했다고 하며 이 기구가 도입되기 전에는 약물을 환자 근처에 두고 스스로 입에 가져갈 수 있게끔 하는 방법으로 조력 자살을 허용했다고 한다. 만약 우리나라 사람이 이런 서비스를 원하면 스위스에 가서 실행하는 게 가능하다는 말이 된다.
생각해 보면 이런 제도의 도입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은 아마도 현대 의학이 해결할 수 없는 희귀병이나 불치병으로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과 이유야 어찌됐든 편안한 죽음을 맞이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이 세상에서의 마지막 모습이 끔찍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편안한 죽음을 홍보하게 되면, 얕고 성급한 판단으로 자살을 선택하는 이들이 늘 수도 있을 것이고 그것은 곧 인류의 가장 존엄한 가치인 생명을 잃어버리는 인류 손실이자 인구 감소로 이어져 경제에도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니 양쪽의 입장 모두 일리가 있고 고민스럽다.
아직 고등학생인 나로서는 죽음이라는 게 크게 와 닿지는 않지만, 원래 죽음이란 하늘이 결정하는 것이고 따라서 인간인 우리는 언제 갈지 모르는 것이라 생각했기에 ‘저승 가는 데는 순서가 없다’라든가 ‘죽음에는 노소(老少)가 없다’와 같은 관련 속담이 있다고 알고 있다. 그러나 요즘은 워낙 과학이 발달해 우리가 잘 모르는 우주로의 여행이나 죽음의 세계까지로 조금씩 인간의 영역이 미치고 있는 듯하다.
따라서 이런 존엄사나 조력 자살 제도는 인간이 죽음이라는 미지의 분야에 손을 대고 스스로 결정과 선택을 하려 하는 시도인 것 같아 상당히 조심스럽게 느껴진다.
대한민국은 아직 조력 자살 합법화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스위스를 포함한 몇 개국은 몇 년 전부터 조력 자살을 합법화했다고 하니 놀라웠다.
자연스레 대한민국에도 조력 자살이 합법화된다면 어떨까. 상상이 어렵지만 확실하게 예상되는 건 조력 자살의 합법화는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큰 변화와 파장을 일으킬 것이 분명하다.
사람의 목숨만큼 중요하고 큰 가치는 없는 만큼, 오랜 기간을 두고 아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문제인 것 같다.
최보현 안산 상록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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