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거래 절벽… 공인중개사 폐업 속출

8월 이후 폐업 > 개업 역전현상... 매매는 고사하고 전세마저 ‘뚝’
‘빌라왕 사태’ 대응 한계 지적... 협회, 법정단체 자격 부여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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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중개사 사무소. 경기일보DB

 

주택 1천139채를 소유한 채 사망해 다수의 임차인에게 피해를 입힌 일명 ‘빌라왕 사태’로 부동산 시장이 떨고 있다.

직접적 영향을 받은 곳 중 하나가 공인중개업계다. 한때 공인중개사로 '제2의 인생'을 열겠다는 붐이 일었지만 이젠 옛말이다.

 

매년 1월이면 ‘새해 기대감’을 품고 부동산 시장이 커졌지만 점차 무등록·무자격 중개가 빈번해지며 경기도 공인중개업계가 작아지는 추세다.

 

24일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최근 경기 침체와 고금리 등 영향으로 폐·휴업하는 공인중개사무소가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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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지역 공인중개사 올해 개·폐·휴업 현황.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제공

 

경기지역 신규 개업 건수는 지난 3월 479건에서 10월 272건까지 8개월 연속 감소세고, 300건 아래로 떨어진 건(9월 289건) 2018년 이후 처음이다. 이는 최근 5년간 가장 작은 규모이기도 하다.

 

반면 같은 기간 경기지역 폐·휴업 건수는 3월 272건에서 10월 305건으로 증가 추이를 보였다. 올 8월부터 새로 오픈하는 곳보다 문을 닫는 곳이 더 많아진 식이다.

 

2018년부터 올해까지 5년간 평균적으로 공인중개업계가 부흥한 시기는 ‘1월’로 나타났다. 이는 공인중개사 시험 일정이 보통 11월~1월 중 끝나면서 신규 인력이 늘어나는 영향도 있고, 새해마다 주택을 거래하려는 수요가 많아지는 영향도 있어서다.

 

하지만 최근에는 금리 인상 등 여파로 부동산 거래 절벽이 이어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수원특례시의 한 중개사무소 대표는 “집을 사겠다는 손님이 없어 최근 중개 매물이 한 손에 꼽을 정도”라며 “금리가 오르다보니 매매 뿐만 아니라 전세 거래도 힘들다. 사무실 운영비조차 벌기 힘들어 우리 사무소를 매물로 내놨지만 인수하겠다는 개업자도 없다”고 토로했다.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보면 올 4월까지 3만여건에 달했던 경기도 주택 매매건수 또한 7월 이후 1만여건대로 급감했다. 특히 9~10월 매매건수는 각각 1만2천946건, 1만4천339건으로 최근 9년 동안 가장 작은 수준이다. 현재 경기도에서 운영 중인 공인중개사무소가 3만2천687개인 점을 감안하면 사무소당 월별 매매 거래 중개 건수가 0.4건에 그친다.

 

이때 당분간 ‘커다란 반전’은 없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위기다. 내년 전반적인 부동산 시장 전망도 어둡기 때문이다.

 

공인중개업계는 ‘살 길 마련’을 위해 법정단체 자격을 부여할 것을 주장한다. 부동산 거래 질서 교란 행위를 지도·감독·단속할 권리를 얻겠다는 내용이다. 다만 ‘직방’ 같은 프롭테크 업계에선 플랫폼 사용을 규제 당한다며 맞서고 있다. 이게 공인중개사법 개정안을 둔 현재의 이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빌라왕 사건만 봐도 공인중개사들이 대응할 수 없고 피해자만 직접 고발이 가능하다. 사전에 전세 사기나 불법 중개 등을 막을 수 있는 수단이 (업계의) 법정단체 자격”이라며 “프롭테크 업계를 억제·제한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고 오히려 대부분 힘을 모으는 중이다. 금리 인하 신호가 있기 전까지 경기지역 폐업률 증가폭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여 정부 차원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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