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킨텍스 사장 선임에서 협치정신 봤다

킨텍스(KINTEX) 신임 대표이사에 이재율씨가 선임됐다. 신임 이 대표이사는 경기도를 대표하는 관료 출신이다. 경제투자실장, 경제부지사 등에 이어 행정1부지사를 역임했다. 행정안전부, 청와대 등의 요직도 거쳤다. 가장 주목할 부분은 킨텍스와의 인연이다. 경기도 정책기획관 시절 킨텍스 유치의 당사자였다. 대통령 지휘보고, 당정협의회, 국회청원, 범도민대회 등을 모두 기획하고 추진했다. 그 결과로 1999년 고양에 킨텍스가 자리했다.

 

이번 경쟁 과정에는 내로라하는 후보들이 많았다. 인천지역을 연고로 하는 중견 정치인 후보도 주목 받았다. 3선의 풍부한 중앙정치 경험과 행정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었다. 킨텍스의 국제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필요한 능력이었다. 하지만 경기도와의 연고 등에서 이재율 후보에게 점수가 갔던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 안팎에서는 지금 ‘모처럼의 적임자’라는 평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우리가 주목했던 게 있는데, 김동연 경기도의 선택이다.

 

이재율 대표이사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도지사 후보 진영에 있었다. 국민의힘 대표 공약인 ‘과표 3억 이하 1가구 1주택 재산세 100% 감면’이 그의 작품이다. 그런 만큼 경기도가 선임 과정에서 보여줄 입장이 관심이었다. 킨텍스 지분 구조는 독특하다. 경기도와 고양시가 각각 33.74%, 코트라가 32.52%다. 3개 기관의 결정 권한이 정확히 3분의 1씩이다. 그래서 경기도를 봤다. 후보를 낼 것인지와 이재율을 품을 것인지였다.

 

현재 공석의 원인은 전임자의 구속이다. 전임자는 이화영 경기도 평화부지사 출신이다. 경기도가 추천한 인사였다. 공석에 이른 책임이 도에 있다. 경기도가 후보를 추천하지 않기로 했다. ‘원인 제공에 대한 책임 자세’로 풀이됐다. 도리에 맞는 선택이다. 또 다른 관심은 이재율 후보에 대한 입장이었다. 선거 때 계속 부대꼈던 상대 진영 참모다. 도가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중요한 순간에 이 전 부지사를 지지했다.

 

돌이켜 보면 김 지사의 협치 선언도 오래됐다. 당선인 신분일 때 국민의힘에 ‘사람’을 요청했다. 인수위에 ‘국민의힘 자리’까지 만들고 기다렸다. 정치권에 신선한 충격이었다. 하지만 성사된 것은 없다. 그렇게 어벌쩡 해를 넘기고 있었다. 이런 때 보게 된 킨텍스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다. 상대 정파 인사를 지지해 선임시켰다. 고비의 순간에서 지원했다고 한다. 킨텍스 미래에 대해 공감했다고도 전해진다. 반년 전 했던 협치가 이 모습 아닌가.

 

이재율 대표이사가 냈던 지원서의 한 대목이다. “임직원들과 함께 혼신의 힘을 쏟아 킨텍스를 아시아 최고로 만들겠습니다.” 김 지사가 7월4일 선언한 취임사 끝 부분이다. “경기도 구석구석을 땀으로 적신 도지사로 기억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하고, ‘구석구석 땀’으로 적시겠다고 한다. 여기에 무슨 차이가 있나. 무슨 정치가 있고. 킨텍스라는 작은 기관에서 모처럼 협치의 본(本)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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