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신조선 분야에서는 세계 1위의 조선 대국이지만 수리 조선은 중국의 10분의 1 수준이다. 최근에는 세계해사기구(IMO)의 선박유 환경 규제로 선박 개조·수리 시장이 더욱 커지고 있다. 수리 조선은 대표적인 항만 연관 산업이다. 국가 관문항이라 할 부산항이나 인천항 모두 항만 규모에 비해 수리 조선 산업은 영세하다. 그래서 3만t 이상 대형 선박은 많은 비용을 들여 중국이나 싱가포르로 수리를 하러 간다. 인천항에서는 그보다 더 작은 선박도 수리할 곳이 없어 1억원씩 들여가면서 부산·군산으로 가야 하는 실정이라고 한다.
인천시는 동구 만석·화수동에 있는 선박수리조선단지 이전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규모가 작고 영세해 대형 선박을 수리할 수 없어서다. 그러나 이전 대상 부지를 찾기가 쉽지 않은 데다 인근 주민들의 동의를 얻기 어려워 제자리걸음이다. 인천시는 2006년부터 동구의 선박수리조선단지를 서구 거첨도로 이전하려 했다. 그러나 주민 반발과 환경영향평가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인천시가 최근 선박수리조선단지 이전 타당성 검토 용역 중간보고회를 열었다고 한다. 모두 11곳의 후보지를 찾아냈다. 종전 선박수리 업체들이 모여 있던 북항 삼광조선 인근과 영흥도 대체매립지, 영종도 제2준설토 투기장 등이다. 인천 신항 2단계 예정 부지와 경인항 인천터미널, 남항, 인천해역방어사령부도 후보지로 꼽혔다.
그러나 모두 최적 부지로는 부족하다는 평이다. 1만t 이상의 대형 선박을 수리할 수 있는 30만㎡ 이상의 부지가 필요한 데다 주민 동의를 얻기도 쉽지 않아서다. 영흥도 대체매립지나 영종도 제2준설토 투기장은 면적은 충분하지만 바다 수심이 얕아 사업기간이 길어질 것이 걱정이다. 남항 역시 첨단산업 위주의 해양산업클러스트 부지로 점 찍혀 소음·분진 발생이 불가피한 수리조선단지와 맞지 않다. 또 현재 확보할 수 있는 부지가 작아 사유지를 더 사들여야 해 인근 주거지역의 주민 반발 문제가 걸린다고 한다.
부산시도 2009년부터 3만t 이상의 대형 수리조선단지 구축에 착수, 우여곡절 끝에 가덕도에 터를 잡았다. 민간자본을 유치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해 속도를 내고 있다. 요즘은 무슨 사업이든 주민 수용성에 발목이 잡힌다. 이에 인천 지역에서도 선박수리조선단지 조성에 따른 인근 주민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선박 수리도 맡길 곳 없는 인천항이 되지 않으려면 그렇게라도 해야 할 것이다. 선박 수리조선은 항만도시 인천의 중요한 미래 먹거리다. 중고차수출단지와 마찬가지로, 수리조선단지마저 시간만 허송한다면 항만도시라 자처할 수 있나.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