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이 전공이다 보니 수업에서 자주 공자의 가르침을 언급하곤 한다. 그런데 의문이 들 것이다. 아무리 공자가 훌륭한 성인(聖人)이고 좋은 말을 많이 남겼다고 해도 2천500년이 흐른 지금 세상에 적용할 수 있는지 말이다.
이 질문에 답하려면 공자가 살던 시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문명의 발달 수준이야 당연히 비교도 안 되겠지만, 오늘날과 유사한 점이 많다. 공자의 춘추시대는 기존의 가치관이 전복되고 무한경쟁이 펼쳐졌던 시기다. 인간다움이 상실되고, 이익과 결과만 중시하는 사회 풍조가 강했다. 일상의 평범한 삶이 위협받고 불확실성은 나날이 가중되고 있었다.
공자의 사상은 이러한 시대 현실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했다. 그는 극단적 환경 속에서 소외되고 있는 인간을 우려하고, 무엇이 사람다운 것인지, 무엇이 사람다운 삶인지를 성찰하라고 가르쳤다. 그리하여 각자가 자신의 존엄성을 지키고, 나를 둘러싼 소중한 관계를 잃어버리지 말라고 당부했다.
특히 주목할 것은 마음의 중심을 잡으라고 강조한 점이다. 오늘날 불확실성이 갈수록 짙어지고 사회 변화의 속도는 너무나 빨라지고 있다. 3년 전 우리의 생활방식은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순식간에 ‘올드 노멀’이 돼 버렸다. 이러한 상황에서 변화를 앞서 예측하고 대응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상상하지 못한 미래가 언제든 펼쳐질 수 있다는 것을 전제하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고 나아갈 수 있는 마음의 역량을 갖추는 길밖에 없다. 올바르게 상황을 인식하고 판단하며,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주관과 편견을 배제한 채 신속하고 냉정하게 대처하는 힘이 절실해졌다.
이런 상황에 놓인 우리에게 공자의 가르침은 곱씹어볼 만하다. 공자는 “제멋대로 억측하지 않았고, 반드시 이래야 한다고 단언하지 않았으며, 자신의 주장을 고집하지 않았고, 내가 아니면 안 된다고 내세우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제자들에게 무엇보다 객관적이고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가르쳤다. 마음이 평탄하게 넓어야 한다고 당부했고, 내 마음을 살펴 잘못된 생각을 품고 있지는 않은지 항상 반성하라고 강조했다. 남들이 보고 듣지 않는 은밀한 곳에서도 흐트러지지 말라고 이야기했고, 화를 옮겨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지금 이 순간의 최선은 무엇인지, 무엇이 올바른 선택인지를 고민하고 행동하라는 중용(中庸)은 이러한 공자의 가르침을 집약해 보여준다.
이를 통해 공자는 각자 삶의 주체가 되길 바랐다. 성공하든 실패하든, 풍요롭든 가난하든 내가 결정하지 못하는 삶, 내가 주체가 되지 못하는 삶은 나의 삶이 아니라는 것이다. 새롭게 시작된 2023년, 올해도 우리는 수많은 거시적, 미시적 문제들과 마주해야 한다. 불확실성도 여전할 것이다. 바로 이러한 때에, 공자의 가르침은 우리가 이 시대를 뚫고 나아갈 힘을 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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