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없어 문 닫는 소아과의원… 인천 원도심은 ‘호흡곤란’

저출생 증가 따른 전공의 ‘기근’... 지역별 의료체계 불균형 심각
“지자체 인력 수급 대책 마련을”

인천지역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부족 현상이 원도심과 신도심의 불균형으로 이어지고 있다. 원도심 소아 의료체계 보호를 위한 지자체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사진은 인천시청 전경

 

인천지역 원도심의 소아청소년과 의원이 사라지고 있다. 원도심과 신도시 간 소아의료체계 불균형이 극심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10일 인천시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인천지역의 소아과 의원은 총 142곳이다. 이는 지난 2017년 보다 7곳이 감소했으며,원도심에 있던 소아과 의원은 대부분 문을 닫았다.

 

소아과 의원이 점차 주는 것은 해마다 감소하는 출생율과 소아과가 기피 전공인 탓에 관련 인력 수급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인하대 의과대학과 가천대 의과대학은 소아과 전공의 정원 8명 모집에 단 1명도 지원하지 않았다.

 

앞서 지난해 7월 부평구 삼산동에 있는 A소아과는 경영상의 이유로 폐업을 선택했다. A소아과는 평일과 공휴일 구분 없이 건강검진과 예방접종, 진료 등으로 붐볐던 곳이다. 이곳을 다니던 정희영씨(38)는 “초등생인 둘째가 소아과를 다녀야 하는데 갑자기 사라져서 당황스럽다”며 “고교생인 첫째를 키울 때만 해도 소아과 찾는 일이 어렵지 않았는데, 지금은 많이 사라져 어려움이 크다”고 했다.

 

특히 송도국제도시가 있는 연수구와 청라국제도시가 있는 서구는 소아과 의원이 각각 19곳, 31곳에 달하는 반면, 원도심인 중·동구는 각각 6곳과 2곳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중구의 소아과 6곳은 모두 영종국제도시에 몰려 있다. 대부분 원도심은 고령층이 많은 반면, 신도심에는 자녀를 키우는 젊은 층이 많은 탓이다.

 

이 때문에 원도심에서 사라진 의원들은 상대적으로 아이들이 많은 신도심으로 옮기기도 한다. 연수구 연수동에 있는 B소아과 의원은 지난해 10월 경기 시흥시 배곧신도시로 자리를 옮기기도 했다.

 

더욱이 인천지역의 종합병원의 소아의료 체계도 흔들리고 있다. 지역 종합병원 17곳 중 12곳(70%)은 소아과 전문의가 1명인 데다 공공의료기관인 인천의료원도 소아과 전문의가 1명뿐이다. 이에 주 5일 진료가 불가능한 상황이며 인천적십자병원과 뉴성민병원 등은 소아과 전문의 조차 없다.

 

지역 안팎에서는 지역 의료 체계의 필수 전공인 소아과 인력 수급을 위해 지자체가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아과는 내과·외과·산부인과 등 사람의 생명과 밀접한 필수 전공이지만, 의료 수가 등의 이유로 전공의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대표적인 전공이기 때문이다. 전라북도는 올해부터 전국 최초로 지역 대학병원인 전북대병원과 원광대병원 등의 진료과 전공의에게 1개월에 100만원의 육성수당을 지급하면서 빈 공백을 메우고 있다.

 

오영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소아과는 어린아이의 생명에 밀접한 전공이기 때문에 공공성을 확보하는 시스템 마련이 필수적”이라며 “경제적 인센티브 제공 등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해야한다”고 했다.

 

시 관계자는 “정부가 발표할 전공의 수급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을 기다리고 있다”며 “정부 단위의 대책이 이뤄지는 대로 지자체 차원의 지원 방법을 찾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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