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당(未堂) 서정주 시인의 표현이 새삼스럽다. “나를 키운 건 팔할이 바람이었다.” 파주시 문발동(文發洞)이 그렇다.
한강과 임진강이 내려다보이는 심학산 기슭 갈대밭에 파주출판단지가 들어섰다. 1997년 국가산업단지로 지정된 후 2002년 상반기 1차 입주가 시작됐고 2013년 준공됐다. 출판 관련 기업 600여곳이 입주해 운영 중이다. 출판문화공동체 공간이자 성공한 클러스터(Cluster)다.
클러스터는 우리말로 ‘협의체’ 또는 ‘산학협력지구’다. 1990년 마이클 포터에 의해 처음 제안됐다. 서양에선 지역경제 발전을 위한 전략적 도구로 관심 받기 시작한 개념이다. 도시개발전략상 공공영역의 개념을 재정의하고, 공공기관에서 공공공간으로의 전환을 뜻하기도 한다.
파주시가 탄현면을 국내 최대 규모의 국립박물관 클러스터로 조성(본보 1월4·6일 10면)한다는 구상이다. 이곳에 개관해 운영 중이거나 앞으로 들어설 국립박물관은 모두 5곳이다. 국립민속박물관 개방형 수장고가 대표적이다. 전통건축부재보존센터도 운영 중이다. 2027년 개관할 예정인 국립한글박물관도 있다. 대한민국 역사박물관도 기본계획을 수립 중이다. 올해 개관할 예정인 국립무대공연예술종합아트센터도 빼놓을 수 없다.
박물관 전문가들은 파주출판단지와 미국 ‘내셔널몰’ 벤치마킹을 권한다. 국립박물관들로 이뤄져서다. 파주출판단지는 입주 기업들이 토지이용계획을 짜고 건물 설계부터 자연환경 활용까지 친환경을 표방했다. 미국 워싱턴 중심부의 내셔널몰은 미국에서 가장 많이 찾는 국립공원으로 ‘미국의 앞마당’이라는 별명도 가졌다. 독일 베를린에는 무제움스인젤이라는 박물관섬이 있다.
파주시는 국립박물관과 헤이리마을, CJENM 콘텐츠월드 등을 합쳐 역사문화관광 클러스터 구축도 구상 중이다. 더 큰 그림을 그리겠다는 것이다. 파주시 탄현면의 국립박물관 클러스터는 결코 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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