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안산시 상록구에 있는 한 편의점. 출입문 옆에는 ‘공병 매입 목요일 오전에만’이라고 쓰인 안내 문구가 붙어 있었다. 안내문을 보지 못한 채 공병 10개를 들고 가게를 들어간 김옥순씨(가명·70·여)는 허탈하게 걸어 나오며 한숨을 내쉬었다. 김씨는 “힘들게 들고 왔는데 요일이 정해져 있다니, 괜한 걸음했다”면서 “그냥 버리거나 나중에 다시 와야겠다”고 허탈해했다.
해당 편의점에 들어가 공병 수거를 거절하는 이유를 묻자 “가게가 비좁아 들어오는 공병을 모두 쌓아둘 수 없어 회수일인 목요일에 맞춰 그날 오전에만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병 회수를 거부하는 점포는 이곳 뿐만이 아니었다. 안양시 만안구에 있는 한 편의점은 이곳에서 구매해서 나온 공병이 아닐 경우 받지 않는다고 엄포를 놨다. 점주 A씨는 “길거리에서 주운 공병들을 반환하는 경우가 많은데, 냄새도 심하고 병 안에 담배꽁초나 쓰레기들이 들어 있어 내부에서 보관하기 어렵다”면서 “이곳에서 구매하지 않는 공병은 안 받는다”고 거듭 거부 의사를 밝혔다.
환경보호를 목적으로 시행된 ‘빈용기 보증금 제도’가 상점들의 기피현상으로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하고 있다. 더욱이 이 같은 상황에서도 관리·감독 주체인 지자체들은 민원이 접수돼야만 단속에 나서는 등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빈용기 보증금 제도’는 빈용기의 회수 및 재사용을 촉진시키기 위해 지난 2003년부터 시행됐다. 1985년 시행된 ‘공병 보증금 반환 제도’를 모태로 해 2003년부터 환경부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에서 통합 관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소매점은 소비자가 빈용기를 반환하면 빈용기 보증금을 지급해야 한다. 파손이나 오염 등이 아닌 경우 1인당 하루 30병까지 기간이나 구매처에 상관없이 반환이 가능하다. 반환을 거부하거나 빈용기 보증금을 미지급하는 경우 신고 대상이 될 수 있으며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관리 대상인 지자체는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별도의 신고가 없을 경우 단속에 손을 놓고 있다.
도내 한 지자체 관계자는 “제도 관련 홍보는 하고 있으나, 대표자가 바뀌거나 아르바이트생이면 모르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며 “홍보활동을 강화하고 공병 반환을 거부하는 곳이 있다면 확인 후 행정처분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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