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존폐 달린 국외 기술유출 대책 ‘발등의 불’

중국으로 넘어가면 수사 어렵고 처벌도 사실상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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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전 수원지검 방위사업·산업기술범죄수사부 박진성 부장검사가 반도체 세정장비 국가핵심기술 등의 국외 유출 사건 수사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김경희기자

 

검찰이 16일 삼성전자 자회사 세메스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초임계 반도체 세정장비 기술’을 유출한 전 직원과 연구원 등 5명을 재판에 넘긴 가운데 국외 산업기술유출(기술유출) 범죄를 막기 위한 실질적 대안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16일 산업통산자원부와 검찰에 따르면 이 같은 국외 기술 유출은 수년에 걸친 개발사의 막대한 노력과 투자를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을 뿐 아니라 사실상 수사 자체도 어렵다. 수사 권한이 국내로 한정돼 있는 우리 검·경이 이미 국외로 넘어간 기술의 전파를 차단하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기술을 넘겨 받은 나라에서 이를 자국의 기술로 키우기 위해 전파에 전파를 거듭하더라도 이를 막을 길이 없다. 또 한번 기술이 유출되면 이를 유출 전의 상태로 돌리는 것 역시 불가능하기 때문에 피해는 커질 수 밖에 없다. 

 

이번 사건을 수사한 수원지검 방위사업·산업기술범죄수사부 박진성 부장검사 역시 “핵심기술유출은 되돌리기 어렵고, 대응도 어려운 범죄”라며 “그렇기 때문에 국익을 훼손하는 심각한 범죄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 같은 기술유출이 대부분 중소기업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우수한 기술력을 지닌 기업의 생존을 위협한다는 점도 문제다. 지난해 경찰청 국수본이 8개월에 걸쳐 기술유출에 대한 특별단속 기간을 운영한 결과 피해 업체 중 중소기업이 약 85% 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법상 국외 기술유출 범죄가 성립하려면 ‘외국에서 사용되게 할 목적’을 지닌 목적범이라는 점을 입증해야 해 수사 과정 자체가 까다롭고, 입증 자체도 어렵다. 특정한 목적을 갖지 않더라도 유출 가능성에 대한 인식만 있다면 처벌이 가능하도록 하는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산기법)’ 개정안이 연달아 발의 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또 산기법상 산업기술의 범위 자체를 모호하고 좁게 설정하고 있어 대부분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영업비밀국외누설 등) 혐의를 적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양형이 낮아질 수 있어 개념 자체를 넓히는 등의 처벌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이러한 취지로 산기법 개정안을 발의해 본회의 통과를 이뤄낸 국민의힘 홍석준 의원은 “현행법상 기업에 대한 규제를 해도 국외 기술 유출 범죄가 계속 이뤄지고 있고, 수사 자체도 어렵다”며 “기술이 외국에서 사용될 것을 알면서 유출하는 등의 행위를 한 경우에도 처벌이 되도록 법을 강화한 만큼 이 같은 취지로의 국내 산업기술 보호 조치를 강화해 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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