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들여다 보지 않는 구석까지 지그시 바라본다. 인간의 온기가 미치지 않는 곳까지 예민하게 시선을 보내는 어느 시인의 눈과 마음을 들여다 보고 싶어진다. 이자숙 시인이 최근 펴낸 시집 ‘달빛 품은 그대’에는 세상과 나 사이를 연결하는 진심만이 맴돌고 있다.
수원 출생의 이자숙 시인은 2003년 ‘한국문인’ 수필부문과 2006년 ‘문예사조’ 시부문에 등단하며 행보를 이어 왔다. 문학의 길로 들어선 지 20여 년, 시인이 견뎌냈던 삶 속에서 차곡차곡 모아 뒀던 시들을 한데 엮어내니 귀중한 마음이 됐다.
소소하게 포착된 일상의 한구석, 조심스럽게 길어올린 추억들, 신념과 가치관에 대한 단상들을 바라보는 마음. 1부에서 5부까지 지나는 길을 따라가다 보면, 느슨하지만 반짝이는 연결고리가 눈에 문득 띈다.
2부의 ‘팔달산’에는 저자의 초등학교 시절의 추억이 녹아든 수원 팔달산을 매개로, 과거와 현재를 교차할 때 피어나는 생각들이 배어 있다. 뿐만 아니라 수원역, 매산초등학교 등의 구체적인 지명들이 등장해 지금 이 순간과 관계 맺는 상황들도 역시 시인의 경험에서 꺼낸 추억의 의미를 강조한다.
특히 눈에 담기는 현실의 단면들과 세상의 이야기가 내면과 맞닿을 때 벌어지는 광경이 시집 곳곳에 고스란히 담겼다는 점이 시집 전반에 녹아들었다.
정겨운 세 식구/다정한 남매 찾아가 보듬어주고는/지상에 두고 온 노모 내려다보고/그립고 안타까운 눈물 흘린다//달은 이전보다 더 환한 빛으로/‘반지하 없는 세상 되기를’/두 손 모아 기도하는 세 식구/포근히 감싸 안고 있다.(‘달빛 품은 그대’ 中)
이처럼 시인이 선택한 표현들에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더불어 사는 관계로 지탱될 수 있어야 한다는 간절함이 묻어난다. 화려한 수사와 기교를 걷어낸 자리엔 시인이 빚어낸 언어들이 정갈하고 담백하게 놓여 있다. 하지만 그 속에 응축된 감정들이 은근하게 꿈틀대며 갈수록 짙어지는 존재감을 드러낸다.
이 시인은 시집이 시작되는 곳에 삶의 모난 돌이 둥글게 변해가는 소중한 세월을 곱씹어 보면서 자신의 시가 “은은한 달빛처럼 사막과 같은 메마른 세상을 따뜻하게 품는 소중한 마중물이 되기를 소망한다”는 마음을 터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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