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이 지났다. 다 같이 맞이한 설날이라도 느끼는 감정은 저마다 다르리라.
새로운 한 해를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기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지나간 한 해가 아쉽고 더 먹은 한 살 나이가 울적하게 느껴지는 사람도 있으리라. 한자리에 모이는 가족들 생각에 즐거운 사람도 있을 것이고, 피할 수만 있다면 피하고 안 볼 수만 있다면 서로 보기 싫다는 사람도 있으리라.
명절 연휴에 신나게 놀고 편히 쉴 달콤한 계획에 빠진 사람도 있을 것이고, 오히려 명절 휴일이 퍽퍽하고 가슴 무겁게 철렁거렸던 사람도 있으리라. 다 같이 맞이했던 설날이라도 이토록 느끼는 심정이 저마다 다른 색깔과 다른 무게로 다가온다.
그래도 웃어야 한다. 인생이란 그렇더라. 높은 산과 같다고. 오르막길도 있고 내리막길도 있다. 평지를 거닐 때도 있다. 꽃길이 펼쳐 질 때도 있고 울퉁불퉁한 돌길이 드러날 때도 있다. 산길을 걷는 것은 한결같지 않다. 인생길도 그렇다. 삶의 걸음 앞에 놓인 길 자락이 한결같지 않다. 저마다 가고 있는 산길도 사람마다 다르다. 보송보송한 흙길로 가는 사람도 있고, 컥컥 숨이 차오르는 바위산도 있다. 어쩌겠는가. 내가 선택한 길은 아니지만 결국 내 앞에 놓인 길인 것을. 그래서 이왕 걸을 길이면 조금이라도 웃으면서 가자. 어차피 가야 할 길인데 인상 팍팍 쓰면서 걸을 것인가. 결국은 가야 할 길인데 노래라도 부르고 흥겨워하면서 웃으며 갈 것인가.
누군가 이런 말을 했다. “우리 앞에 놓인 인생의 길은 나의 선택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 길을 걸으면서 웃으며 갈지, 울면서 갈지는 온전히 나의 선택입니다.” 누가 말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말씀이 참 좋아서 내용은 기억한다. 그래 어차피 갈 거라면 웃으며 가자.
어떤 사람은 말한다. “인생이 퍽퍽해서 웃을 힘도 없습니다.” 그 말도 맞다. 세상 힘든 사람이 오죽 많은가. 뉴스를 보기가 싫어진다. 온통 괴로운 이야기뿐이다. 그런데 그게 세상의 현실이다. 현실이 괴롭다고 마냥 먼 산만 보겠는가.
불교에서는 우리 중생이 사는 세상을 사바세계(娑婆世界)라고 부른다. 사바세계의 뜻은 ‘참아야만 살 수 있는 세계’라는 뜻이다. 교회 다니던 분에게 사바세계의 뜻을 설명하니 무릎을 탁 치며 감탄했다.
“스님. 제가 불교 신자는 아니지만 사바세계의 뜻이 마음에 확 와 닿습니다.” 인생의 연륜이 깊어진 분들일수록 동감하는 말씀이 있다. “인생 살아 보니 내 뜻대로만 살아가지가 않더라. 인생 잘 사는 법이 어디 있겠냐. 힘들고 답답해도 꾹 참고 사는 게 인생이지. 어떻게 내 마음대로만 살 수 있겠는가.”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이 사바세계다. 참아야만 살 수 있는 세상이다. 웃을 힘도 없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밥 먹을 힘은 있다. 잠잘 힘도 있다. 어디로 놀러 갈 힘도 있다. 남 욕할 시간도 있다. 하다 못해 숨 쉴 힘이라도 있잖은가. 그냥 웃을 뿐이다. 아무리 괴롭고 답답해도 나의 웃음조차 앗아갈 수는 없다. 웃음은 온전히 나의 선택이다.
화가 나면 화를 좀 낼 수도 있다. 짜증 나면 짜증 낼 수도 있다. 정말 욕이 튀어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그래도 웃어야 한다. 조금 더 웃고, 조금 더 친절하고, 조금 더 내 마음을 닦아 줘야 한다. 과거는 지나갔고 미래는 오지 않았다. 늘 현재일 뿐이다. 순간 순간 현재일 뿐이다. 지금 이 순간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일단 웃어야겠다. 그리고 자꾸 웃도록 노력해야겠다. 늘 웃을 수 있는 새로운 한 해가 되기를. 모든 분들이 행복하기를 기도해본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