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응 작가가 전하는 '표류이야기'… 2월8일 두나무 아트큐브서

작업실에 있는 박찬응 작가. 작가 제공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우리는 어쩌면 항로가 정해진 여행이 아닌, 어디로 갈지 몰라 헤매는 표류를 더 많이 경험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 속에서 끊임없이 대상을 발견하고 흔적을 남긴다면 여행 그 이상의 의미가 있지 않을까. 

 

화가가 ‘표류(漂流)’한 시간 속에서 발견한 대상이 자신만의 화폭에서 수묵과 채색으로 치환됐다. 지역 문화 운동가이자 화가인 박찬응의 ‘표류이야기 stoire de dérive’가 오는 2월 8일부터 2월 28일까지 안양 두나무 아트큐브에서 열린다. 

 

전시는 작가 자신이 표류한 경험과 감상을 적은 기록과도 같다. ‘쥐똥 나무 수묵 드로잉’, ‘안양사 가는 길의 플라타너스’, ‘안양 군포의왕 산수여지도’ 등 작가 눈에 비친 도시와 자연의 풍광을 수놓은 작품 45점이 내걸린다.

 

“그림의 터 무늬에 새겨진 길들은 그래서 시간의 앞뒤를 나누지 않고 하나로 맞추어 뚫었다. 자라는 나뭇가지에 바람이 걸리고, 푸른 논밭에 여름 햇살이 부서졌다. 부서진 빛들이 짓고 일으킨 색색의 잎들은 땅구슬 지구 어머니의 살림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고 한 김종길 미술평론가의 평처럼 작품은 한 점 한 점 우리 마을같이 정겹고 익숙하면서도 마치 환상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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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강(Fecamp)의 오후. 50x50. Acrylic on canvas. 2022. 두나무 아트큐브 제공

 

20대 때 그림을 그렸던 작가는 1980년대 중후반부터 마을의 역사·문화·생태적 자원을 발굴하고 지역주민과 함께 하는 기획을 해왔다. 

 

화가, 예술 감독, 지역 문화 운동가, 군포문화재단 예술진흥 본부장과 문화교육본부장으로 일하며 빈 공간으로 버려진 파출소를 찾아내 ‘예술’로 채우는 ‘파출소가 돌아왔다’를 기획해 복합문화커뮤니티 센터를 구축하기도 했다. 그의 표현대로 퇴직을 하고, 코로나 팬데믹을 맞으면서 ‘표류’했고, 다시 그림을 그리는 중이다. 

 

40여년 동안 마을 전체를 캔버스로 활용했던 만큼, 그림 그리는데만 집중하는 현재도 작가의 가장 큰 화두는 공공 예술이요, 마을이다.

 

마을에서 흔하게 버려지는 골판지가 그의 작업에서 중요한 재료가 된 것도 이러한 이유다. 박 작가는 “전 세계 어딜가도 마을에서 흔하게 구할 수 있는게 골판지였다. ‘이게 그림 도구가 될 수 없을까?’ 생각하고 작업을 시작했다”며 “머물렀던 프랑스에서도 그는 골판지를 주워다 그림을 그렸고 병풍식으로 다섯 점을 그려 전시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두나무 아트큐브 관계자는 “이번 전시에선 갤러리 공간 전체가 작가의 삶이 그대로 녹아있는 작업실로 재현된다. 생활 속의 예술을 표현하고 생활과 예술의 경계를 허물며 활동을 해온 작가가 그곳에 어떤 꽃을 피워내고 있는지 작품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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