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아침] 입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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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광선일 법명사 회주

자연의 한 해 시작인 입춘이 왔고 동장군은 서서히 물러가고 있다. 우리는 입춘 때 자연의 순리에서 인생의 고통을 이겨내며 삶의 철학을 하나둘 깨쳐 나가는 것을 배운다. 입춘을 맞아 세상과 내가 이웃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생각하고 배우는 지혜를 찾아간다.

 

어떻게 보면 진짜 새해는 입춘이다. 과거부터 조상들은 흔히 입춘방을 새로 지어 붙이거나 옛날 사람들의 아름다운 글귀를 따다가 입춘방을 대문에 붙이고 행복과 건강, 풍년을 기원했다. 입춘방을 대문에 붙이고 행복과 건강, 풍년을 기원하는 입춘은 태양의 황경이 315도인 날로 대개 양력 2월4일이나 5일이다.

 

입춘은 입추로부터 꼭 반년째 되는 날이며, 24절기 중 첫 번째 날이다. 그리고 24절기는 기본적으로 태양의 궤도인 황도의 움직임을 기본으로 정해지므로 양력 날짜에 연동된다.

 

이날 집마다 입춘방을 문에 붙인다.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봄이 시작되니 크게 길하고 경사스러운 일이 많이 생기기를 기원합니다)이나 부모천년수 자손만대영(父母千年壽 子孫萬代榮·부모는 천년을 장수하시고 자식은 만대까지 번영하라) 등이다. 소지황금출 개문만복래(掃地黃金出 開門萬福來 ·땅을 쓸면 황금이 생기고 문을 열면 만복이 온다)도 있다. 요사이는 봄을 알리고 행복을 기원하는 글이나 그림들을 직접 그리거나 한글로 써서 집에 붙이기도 한다.

 

또 역학을 하는 분들은 1년 신수를 정리해 알려주기도 한다. 명리학의 다수설에서는 사주를 계산할 때 1년의 시작을 입춘시로부터 계산한다. 금년은 양력 2월4일 오전 11시43분이 새해의 시작이기 때문에 입춘 전날 태어나면 하루가 지나도 입춘이 되면 두 살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올해 6월28일부터는 정부에서 나이 계산을 국제통용인 만 나이로 계산한다고 한다. 올해부터는 두 살이 젊어지는 어른들의 기쁨과 나이가 안 늘어 걱정인 청소년들의 희비가 엇갈리는 시기다.

 

그리고 입춘날에는 ‘아홉차리’라는 풍속이 있다. 자신이 맡은 일을 아홉 번씩 한다는 뜻으로, 부인들은 빨래를 아홉 번 하고, 학생들은 글을 아홉 번 읽었다. 즉, 아홉차리가 지니는 뜻은 꼭 아홉 번을 해야 한다기보다는 각자 맡은 일을 부지런히 해서 그동안 부족했던 것들을 보충하고 새롭게 일머리를 잡아가자는 뜻이 담겼다. 몸을 부지런히 움직여 이웃에나 자신에게 덕이 되는 삶을 살라는 조상의 슬기로움이 입춘에 숨어 있는 깊은 뜻이다. 어떻게 보면 새해에는 더욱 열심히 살아보자는 의지의 한국인의 모습이다. 계묘년 한 해도 어려움 벗어던지고 열심히 살아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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