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 가운데서도 사찰에서 사용하는 종을 범종(梵鐘)이라 한다. 불가에선 범종 소리가 중생이 번뇌를 끊고 깨달음을 얻도록 이끌어준다고 말한다. 종장(鐘匠)으로서 채동희 범종사 대표(62)는 범종으로 세상과 중생을 깨우고 있다.
그가 처음 범종과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1983년 당시 범종사 대표인 김정수(철오) 종장을 만나면서다. 김 종장에게 함께 일하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고 이듬해부터 범종을 만드는 데 참여했다. 그렇게 시작한 일이 어느덧 마흔 해가 넘었다.
그는 “비철금속 주물 일을 5년 가까이 했는데 범종사에서 일하면서 종을 만드는 것이 좋아 그때부터 계속 종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범종사에선 회전형 방식과 밀랍 주조 방식으로 종을 만든다. 회전형 방식은 둥글게 흙을 발라가며 틀을 만든 후 문양을 찍어내 거푸집을 만든다.
밀랍 주조 방식은 밀랍으로 범종의 외면을 만든 후 겉거푸집을 씌우는 제작법이다. 황토 벽돌을 쌓아 안거푸집을 만들고 그 위에 밀랍을 씌워 문양 등을 조각한 뒤 백토, 황토, 석회, 객토를 배합한 주물사(鑄物沙)를 발라 겉거푸집을 만든다. 이후 한 달 이상을 자연 건조한 뒤에 불에 구워 밀랍을 녹여 제거한다.
최근엔 주물사에 주물용 세라믹을 이용하기도 한다. 이 방법을 이용하면 거푸집을 건조하는 데 일주일이면 된다. 다만 밀랍으로 만든 종보다 소리가 강해 소리가 다르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거푸집에 구리와 주석을 녹인 쇳물을 붓고 이틀 이상 굳힌다. 이후 거푸집을 제거하고 보름에서 스무 날을 다듬어야 한다.
방법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문양 디자인부터 계산하면 범종 하나가 만들어지기까지 평균 여섯 달이 걸린다. 금강산 신계사 범종처럼 10t이 넘는 대형 종은 꼬박 한 해를 소요해야 한다.
이 기나긴 과정을 거쳐 태어난 범종만 수백개다. 불국사 석굴암의 ‘통일대종’부터 최근 타종식을 가진 평택 심복사의 범종까지 그의 손을 거친 범종이 매일 삼라만상을 깨우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샌피드로항 인근 바닷가에 있는 ‘우정의 종’을 보수한 것도 그다.
이 종은 지난 1976년 미국 독립 200주년을 기념해 한국이 미국에 기증한 종으로 그의 스승 김 종장이 제작했다.
그는 “종을 만들어도 원하는 소리를 내기 쉽지 않으니 일을 배울 때와 달리 갈수록 종 만드는 일이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며 “대표가 된 지금은 바깥일을 하다 보니 종 만드는 일에 소홀한 것 같아 다시 제작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범종을 만들 수 있는 한 계속 만들어야 한다는 신념으로 일하고 있다”면서 “박물관이라고 하면 거창하지만 기회가 된다면 전시관을 만들어 범종사의 역사와 범종을 만드는 과정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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