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 동물원 ‘체험금지법’ 개정에도 지역 곳곳 ‘동물보호 사각지대’ 여전 市 “현장 방문해 꼼꼼히 지도할 것”
“동물들이 이렇게 작은 통 안에 사는 게 이상하고, 사람들이 계속 만져대니 너무 불쌍해요.”
9일 오후 1시께 인천 연수구의 한 실내동물원. 토끼를 비롯해 팬더 마우스, 기니피그 등의 작은 동물들이 폭이 1m도 채 안되는 좁은 공간에서 지내고 있다. 한 직원이 롭이어 토끼를 꺼내 더 작은 통에 담아 ‘동물 체험방’으로 옮기자 많은 관람객들이 연신 “귀엽다”면서 너도나도 쓰다듬는다.
사람들의 손길에 놀란 토끼는 작은 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구석을 맴돌며 팔짝 뛴다. 김라윤양(가명·6)은 “책에선 동물들이 풀밭에서 뛰어놀던데, 상자에 갇혀 살아 불상하다”며 “너무 귀여운데 만지려 하면 피하는걸 보니 (사람을) 싫어하는 것 같다”고 했다.
잠시 후 다른 직원이 도마뱀을 팔에 얹고 돌아다니며 관람객들에게 보여준다. 한 아이가 도마뱀의 비늘을 손톱으로 긁자, “톡”하는 소리와 함께 비늘 하나가 떨어져 나간다. 비늘이 떨어진 자리는 하얀 속살이 보이지만, 직원은 아무렇지 않은 모습이다. 바로 옆 ‘여우방’에선 관람객들이 여우 3마리에게 사료를 준다. 이 여우들은 50분에 1번씩 계속 간식을 먹어야 한다.
오후 3시께 인근 다른 실내동물원도 마찬가지. 왈라비, 킨카주, 사막여우 등 희귀동물 50여종이 작은 사육장에 모두 같이 산다. 기니피그는 활동영역이 넓어 넓은 사육공간이 필요하지만, 좁은 공간에 10마리의 기니피그가 몰려 있는 등 동물별 특성 등은 전혀 감안하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동물 학대를 막기 위해 먹이주기, 만지기 등의 체험활동을 금지하는 법 개정이 이뤄졌지만, 여전히 인천지역 실내동물원은 동물보호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전문가들은 연말 법 시행을 앞두고 지자체가 적극적인 홍보 및 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환경부와 인천시 등에 따르면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에 의해 올해 12월13일부터 모든 실내동물원이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바뀐다. 실내동물원은 전문인력과 시설을 갖춰야 하고, 동물에게 먹이를 주거나 만지는 체험활동과 이동전시 등은 전면 금지한다.
하지만 인천의 개인 실내동물원 4곳 등은 여전히 동물들의 체험활동 등을 하고 있다. 인천시 등 지자체가 법 시행에 앞서 환경부의 가이드라인이 내려오길 기다릴 뿐,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서울시는 지난해 12월과 지난달 등 법 개정 직후부터 서울지역의 실내동물원을 대상으로 앞으로 갖춰야 할 시설이나 체험활동 금지 등에 대한 점검에 나서고 있다.
채일택 동물자유연대 정책팀장은 “법 개정만 이뤄졌을 뿐, 여전히 곳곳에서 동물을 물건 취급하고 인간의 유희로 다루고 있다”며 “법 시행 전까지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지도 및 홍보해야 하고, 이후 철저한 지도점검도 필요하다”고 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지금까진 단속할 법이 없어 실내동물원 관리에 소홀했던 측면이 있다”며 “앞으로 인천의 각 실내동물원에 개별적으로 방문해 개정안에 대해 꼼꼼히 지도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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