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시내버스, 운행시간 ‘촉박’에 과속·급정거 ‘위험 운행’

정류장 승하차 시간빼고 정해… 사실상 맞추기 불가능
시속제한·어린이보호구역 증가 “교통여건 맞게 개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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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전 인천 남동구 구월동의 한 버스정류장에서 버스기사가 정류장으로부터 거리를 두고 정차해 시민들이 차도로 내리고 있다. 장용준기자

 

인천지역 시내버스의 운행 시간 현실화가 시급하다. 버스 기사들이 촉박한 운행 시간을 맞추기 위해 과속 운전, 급정거 등을 해 시민 안전이 위협 받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인천시와 버스업체 등에 따르면 지난 2020년 12월31일 시내버스 노선 113곳의 운행 시간을 정했다. 이들 노선은 평균 108곳의 정류장을 거치며, 평균 운행 시간은 2시간33분이다.

 

그러나 시내버스 대부분은 노선 운행 시간이 실제 운행 시간보다 짧다. 정류장에서 서지 않고 달려도 맞추기 어려운 시간이다. 이 때문에 버스 기사들은 정해진 운행 시간을 지키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42번 시내버스는 청라BRT정류장~구월아시아드 은빛호수공원을 왕복하는 노선으로 총 거리가 50.6㎞, 정류장은 왕복 124개이며, 총 운행 시간은 약 3시간38분이다. 운행 시간에 맞추려면 평균 10초 이내에 정류장 승하차를 끝내야 하고, 다음 정류장까지 평균 1분35초 이내에 도착해야 한다.

 

하지만 노선 중 시속 30㎞ 이하로 운행해야 하는 어린이보호구역 비중이 약 60%인데다, 정류장에서 승객이 3명 이상이 탑승해 자리에 앉으려면 15초 이상이 필요하다. 또 인천지역 교차로의 평균 신호 대기 시간이 2분30초인 것을 감안하면 운행 시간을 맞추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날 오전 9시께 승용차를 타고 42번 버스 노선을 따라 규정 속도에 맞춰 운행해보니, 3시간50분이 훌쩍 넘는다. 이는 정류장 승하차 시간 20여분이 빠진 시간이다. 결국 이 노선의 운행시간 3시간38분보다 실제 버스가 운행하면 30분이상 더 걸리는 셈이다.

 

이처럼 시내버스의 실제 운행 시간이 늘어난 것은 지난 3년간 인천지역 도로의 교통 상황이 많이 변화한 탓이다.인천 도심의 차량운행 규정속도는 시속 60~80㎞에서 시속 50~60㎞로 느려졌고,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의 과속단속카메라는 지난 2020년 535개에서 지난해 말 929개로 배 가까이 늘었다.

 

지역 안팎에선 시와 버스업체가 교통 및 도로 여건을 감안한 운행 시간을 현실화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시가 지난해 도로 여건 변화에 따라 운행 시간을 늘린 노선 수는 고작 10개에 그친다.

 

박무혁 도로교통공단 선임연구원은 “교통 여건 변화에도 종전의 운행 시간을 유지하는 것은 결국 시내버스 기사들의 위험한 운행을 방치하는 것이고, 이는 자칫 교통사고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시민의 안전을 위해 시내버스의 운행 시간 현실화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도로 운행 환경이 변하면서 일부 버스 노선은 운행 시간을 늘리는 등 계속해서 확인·조정하고 있다”며 “운행 시간이 부족한 노선은 다시 측정해 현실에 맞게 조정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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