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한 계기로 시작했지만 어느새 제 삶 자체가 됐습니다.”
김진성 행복나눔봉사단 회장(61)은 30여년 전 세상을 잠시 잃었다. 다섯 살배기 첫째 아들이 갑작스레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의식을 찾지 못하면서다.
하루이틀 시간이 흐를수록 그의 의식도 점점 희미해졌다. 쓰러진 아들을 눈앞에 두고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이 미웠다.
그러면서도 그는 “아들만 깨어나게 해주시면 남은 평생을 타인을 위해 봉사하며 살겠다”고 간절히 바랐다.
일주일이 지나자 아들이 깨어났다. 극적이었다. 무너졌던 김 회장의 세상은 그새 자리를 되찾았다.
그때부터였다. 그는 이 세상에서 소외되고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기로 결심했다. 이듬해인 1993년부터 무작정 송산1리 부녀회에 가입했다.
5, 6년 동안 어르신들 여행 지원과 더불어 취약계층 병간호, 아이들 돌봄까지 분야를 불문하고 봉사했다.
그러던 중 화성시 공무원으로부터 기부 권유를 받았다. 이를 계기로 지역아동지원센터에 기부도 하기 시작했다.
5년 차까지는 매년 100만~200만원을 기부하다가 자녀들이 모두 독립한 6년 차부터는 경제적 여유가 생겨 600만~700만원씩 쾌척했다. 그렇게 올해로 15년째다.
이 말고도 2012년부터 2년 동안은 발안 무료급식소 봉사에 나섰다. 일주일 중 2, 3일을 오전 6시에 나가 취약계층 어르신들을 위해 반찬을 만들었다.
어르신들이 그저 묵묵히 밥만 드시는 탓에 형성된 침울한 분위기를 깨기 위해 신나는 노래를 부르는 가수 역할도 자처했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는 더행복한봉사단에 가입해 활동했다. 이를 통해서도 일주일에 두 번 이른 새벽부터 소외계층 어르신들을 위해 반찬을 만들어 전달했다.
이후엔 직접 행복나눔봉사단을 꾸려 현재까지 활동 중이다. 10여명에 그치는 작은 규모이지만 봉사는 100명, 1천명이 하는 것처럼 야무지게 하고 있다.
주로 요양원 등을 방문해 노래와 악기 연주, 춤, 놀이, 간식 구입 및 배달 등 재능기부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2021년부턴 하모니연합봉사단을, 지난해부턴 효누림봉사단을 병행하는 등 활동 규모를 점차 확장하고 있다.
여기엔 김 회장 나름대로의 속사정이 있었다. 그는 “봉사를 하면 당연히 뿌듯하다”면서도 “하지만 뿌듯함보단 슬픔이 크다. 섬기던 어르신이 돌아가실 때 그렇다”고 전했다.
이어 “허황된 꿈이겠지만 이 세상 모든 어르신이 아프지 않고, 오래오래 사셨으면 좋겠다”며 “이런 슬픔이 느껴지지 않을 때까지 더 열심히 봉사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김 회장의 이런 따뜻한 마음을 세상도 알아봤다. 그는 30여년에 걸친 봉사 과정에서 ▲경기도지사 ▲화성시장 ▲국회의원 ▲화성시의회 의장 ▲각 봉사단체 등으로부터 각종 표창장과 감사장을 받았다.
이를 두고 김 회장은 “아들을 다시 깨어나게 해준 것 자체로도 세상에 감사한데 이렇게 저를 높게 평가해 주시니 부담스러울 따름”이라며 “그만큼 앞으로도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만 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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