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구 칼럼] 안기부 흑금성 공작이나, 경기도 김성태 작업이나

몰래 퍼주기 대북 공작
‘흑’도 감옥, ‘金’도 감옥
정치인 ‘모른다’며 빠져

바닥 인생 경험이 같다.

 

흑금성이 폐인의 길로 치닫던 과거가 있다. 술과 도박에 빠져 지냈다. 현역 군인에게 용납될 리 없었다. 더구나 국군정보사령부 소속이었다. 군 검찰이 나섰고 강제 예편을 당했다. 이게 전부 쇼였다. 북한 접근을 위한 사전 포석이었다. 예편과 동시에 안기부 해외공작실 요원(4급)이 됐다. 대북 사업을 추진하는 기업가로 위장했다. 공동 설립한 아자(AZA)라는 회사의 전무를 맡았다. 이걸로 북한에 접근했다. 쫓겨난 군인, 의심 받지 않았다.

 

김성태도 현재와 어울리지 않는 과거가 있다. 폭력조직에 몸담았었다는 논란이다. 이를 짐작케 할 만한 전과도 있다. 불법 도박장 개장 혐의(징역 8개월·집행유예 2년), 대부업법 위반 혐의(벌금 1천500만원) 등이다. 2010년 경영난에 빠진 쌍방울을 인수했다. 쌍방울의 2021년 매출은 970억원이다. 이제 전북을 대표하는 기업인이다. 이런 그가 북한과 통해 오고 있었다. 이재명 경기지사의 메신저 역할이었다.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돈 다발 퍼주기도 같다.

 

흑금성은 모든 관계를 돈으로 풀어갔다. 처음에는 조총련 라인을 이용했다. 북한 국가보위부장 김명윤과 연결했다. 이후 북한 베이징 대표부의 리철(혹은 리호남)과 교류했다. 대남 공작기구인 정찰총국 소속 요원이다. 소위 ‘경제일꾼’으로 활동하던 경제통이다. 둘 관계의 접점도 당연히 돈이었다. 북한에서의 광고독점권을 추진했다. 천문학적인 돈을 북측에 약속했다. 그 결과가 남한 가수 이효리와 북한 무용수 조명애의 삼성 애니콜 광고다.

 

김성태도 말만 하면 현금을 풀었다.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위)가 창구였다. 부위원장 리종혁, 부실장 송명철 등과 교류했다. 주어진 화두는 ‘이재명 경기도’였다. 이화영 평화부지사가 ‘업무’를 줬다고 한다. 오늘 현재 검찰 공소장에는 그렇다. ‘쌍방울이 경기도를 대신해 스마트팜 비용을 북한에 지원해 달라.’ 즉시 500만달러를 송 부실장에게 줬다. 북측이 ‘이재명 지사 방북에 돈 300만불이 필요하다’고 했다. 송 부실장에게 또 보냈다.

 

쓰이다 버려짐도 같다.

 

흑금성의 몰락은 1997 대선이었다. 김대중 후보가 당선되며 세상이 바뀌었다. 김대중 낙선 공작 전모가 드러났다. 북한에 도발을 요청했다는 사건이다. 흑금성은 선거 직전 동아줄을 잡는다. 김대중 후보 측에 공작 사실을 전했다. 하지만 신분이 드러난 요원에게 앞날은 없었다. 바로 그 김대중 정부에서 해고됐다. 해고 위로금 3억원이 보상의 전부였다. 2010년, 그의 이름이 다시 등장한다. 이중간첩죄로 인한 구속이다. 6년을 감옥에서 보냈다.

 

김성태의 몰락도 대통령선거였다. 이재명 후보가 졌다. 대대적인 수사가 시작됐다. 그중에 쌍방울 의혹도 있다. 변호사비 대납 의혹과 대북 사업 후원 의혹이다. 도피 중이던 그가 포박된 채 인천공항에 들어왔다. 20일 동안 조사를 받았고 기소됐다. 그의 공소장에 정치인 이름이 그득하다. ‘이화영 부지사가 돈을 주라고 했다’ ‘이재명 지사의 방북 비용을 보냈다’.... 그런데 ‘정치인’은 그를 모른다고 한다. 몇 년은 교도소에 있어야 할 것 같다.

 

누굴 탓하나. 자업자득이다.

 

흑금성의 대북 교류. 안기부가 기획한 음습한 놀이였다. 그 판에서 돈 뿌리며 실컷 놀았다. DJ 선택도 계산 빠른 정치 행위였을 뿐이다. 이명박 정부에 의한 조작? 이중간첩 누명? 누굴 원망하나. 몰래 한 거래의 끝이란 게 그런 거다. 김성태의 대북 교류. 이건 경기도가 짜놓은 뒷거래였다. 이 판에서 돈 뿌리며 으스댔다. 김정은 친서 흔들며 자랑했다. 북한 광물 다 차지할 것처럼 떠들었다. 그래 놓고 이제 다 폭로한다고? 누가 누굴 탓하나.

 

26년 전, 안기부의 흑금성 뒷거래. 불법이었다. 3년 전, 경기도의 김성태 교류. 불법이었다. 바뀐 게 없다. 몰래 만나고, 몰래 돈 주고... 들통나면 ‘난 모른다’며 빠지고.... 다 그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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