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짠맛에 대한 소고

“음식들이 짜서 도저히 못 먹겠더라고요.” 몇 년 전 미국에 교환학생으로 다녀왔던 딸이 귀국하면서 털어놓은 첫마디였다.

 

우리만큼 맛에 섬세한 민족도 없다. 특히 짠맛이 더욱 그렇다. 김치부터 장류에 이르기까지 일찌감치 짠맛이 나는 음식에 우리의 미각이 길들여진 탓일까. 짜다는 건 음식에 소금 성분인 나트륨 함유량이 많다는 뜻이다.

 

장년층의 어렸을 적 추억 중 흔한 게 소금과 관련된 밥상머리 에피소드다. 그 가운데 으뜸은 어른들로부터 “짜게 먹지 말라”는 잔소리였다. 너무 흔하게 들었다. 당시 어른들은 “짜게 먹으면 혈압도 높아지고 몸에 좋은 게 하나도 없다”고 으름장을 놓곤 했다. 그러면서도 당신들은 간이 맞지 않는다면서 국에 소금을 뿌리곤 했다. 싱겁다는 이유에서다. 개구쟁이들로선 이해할 수 없는 반전이었다.

 

한국인 식단이 10년 새 33% 정도 싱거워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질병관리청의 최근 국민건강영양 조사 결과다. 하루 나트륨 섭취량은 평균 3천38㎎으로 조사됐다. 2012년 조사 당시 4천549.4㎎에서 10년 새 33.2%나 줄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25년까지 나트륨 섭취량을 3천㎎(소금 7.5g) 이하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한국인의 하루 나트륨 섭취량은 여전히 세계보건기구 권장량이자 한국인 목표 섭취량인 하루 2천㎎의 1.5배가 넘는다. 나트륨 과잉 섭취 비율도 2012년 87.1%에서 2021년 73.2%로 줄었지만 여전히 4명 중 3명꼴이다.

 

당국은 건강을 위해 국과 찌개는 건더기 위주로 먹으라고 권고하고 있다. 간편식 조리 시 채소를 추가하거나 나트륨이 적은 제품을 선택하라는 충고도 잊지 않는다. 그래도 한국인의 식탁에는 늘 소금이 놓인다. 간을 맞추기 위해서다. 요즘 세상살이가 너무 싱거울 정도로 허탈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 반대여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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