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프리즘] 저출산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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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형 홍익정경연구소장 청운대 교수

출산이 가능한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이 0.7명대로 떨어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 38개국 중 꼴찌이자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2013년부터 줄곧 OECD 국가 가운데 합계출산율 꼴찌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22일 통계청의 ‘2022년 출생·사망통계 잠정 결과’와 ‘2022년 12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작년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전년보다 0.03명 줄어 1970년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가장 최근 통계인 2020년 기준으로 합계출산율이 1명 미만인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정부는 16년간 약 280조원의 저출생 대응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출생아 수는 20년 전의 반 토막인 25만명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끝 모를 출산율 추락으로 한국 인구는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인 12만명이 자연 감소했다. 저출산고령화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2006년부터 2021년까지 저출생 대응 예산으로 약 280조원을 투입했다. 그러나 체감 효과가 미미한 백화점식 대책이 중구난방으로 이뤄지면서 저출산 기조를 반전시키는 데 실패했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어려운 환경, 사교육비 부담, 주거 문제 등으로 아이 낳기를 꺼릴 뿐만 아니라 혼인 자체가 줄고, 혼인을 늦게 하는 추세도 저출생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한국이 지구에서 사라지는 최초의 국가가 될 거라는 옥스퍼드대 데이비드 콜먼 교수의 주장처럼 인구절벽은 더 이상 위기관리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자칫 국가적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영원할 것만 같았던 로마제국의 붕괴, 멸망에도 저출산이 결정타였다. 로마의 힘이 약화된 시점과 인구 감소 시기가 정확히 일치한다.

 

대개 저출산은 경제 전반에 걸쳐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현상, 디플레이션을 초래한다고 알려져 있다. 물가는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돈의 가치는 상승한다. 이에 반해 저출산으로 인한 노동인구 감소는 높은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는 견해도 있다. 찰스 굿하트 전 잉글랜드은행 총재이자 런던정경대 명예교수는 저출산·고령화는 디플레이션이 아닌 하이퍼 인플레이션을 불러온다고 주장한다.

 

노동력 감소는 생산능력 저하로 이어지고 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소득은 더욱 줄어들게 되는 반면 의료나 기타 비용의 증가로 소비가 증가하면서 실질금리를 상승시킨다는 것이다.

 

백번 양보해도 디플레이션이든 하이퍼 인플레이션이든 저출산 문제가 우리 경제 미치는 영향은 상당할 수밖에 없다. 한국의 인구 정책, 저출산 정책은 실패했다.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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