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무제한 연임’ 조합장 선거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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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수협·산림조합장 선거가 오는 8일 치러진다. 전국 1천347개 단위 조합이 4년 임기의 대표자를 새로 뽑는 ‘동시조합장선거’로 평균 2.3 대 1의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경기·인천지역에선 203곳에서 실시된다.

 

조합이 자체 실시했던 조합장선거가 전국에서 동시에 실시된 것은 2015년부터다. 조합마다 선출 시기가 다르고, 선거 때마다 금품수수·향응 등 불법사례가 많아 폐단을 줄이기 위해 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했다. 선관위 위탁 이후 선거법 위반이 감소하고 선거의 공정성과 투명성이 증대됐지만 아직도 위법 행위가 여전하다.

 

조합장으로 선출되면 억대 연봉에 별도로 업무추진비를 쓸 수 있다. 규모가 큰 조합은 운전기사와 차량도 제공한다. 직원 채용부터 인사, 예산 집행, 사업 추진 등 조합 경영에서 거의 전권을 휘두른다. 더 매력적인 건, ‘무제한 연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은밀한 금품 제공 등 각종 불법 행위가 판을 치는 이유다.

 

농협의 경우 상임조합장은 연임이 2회(총 3선)로 제한되지만 자산이 2천500억원 이상인 조합은 연임 제한이 없는 비상임조합장이어서 장기 집권이 가능하다. 현재 4선 이상 농협조합장은 전국에서 101명에 이른다. 서울의 한 지역농협은 10선 조합장이 40년 넘게 재임하고 있다. 대전 한 농협의 9선 조합장은 이번 선거에서 당선되면 10선이다. 충북과 충남의 농협에도 9선 조합장이 있다.

 

현재 조합장선거제도는 현직이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선거운동 기간이 13일에 불과하고, 토론회나 연설회도 없다. 선거운동원이나 선거사무소 없이 후보 본인만 운동이 가능하다. 현직 외에는 얼굴을 알릴 방법이 마땅찮다. 장기 집권에 따른 부작용을 없애고, 현직에게 유리한 선거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지만 바뀌지 않고 있다.

 

상임조합장, 시장·군수, 시·도지사도 임기에 제한을 두고 있는데 비상임조합장만 예외 규정을 두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한번 당선된 후 무제한으로 하게 되면 권력이 집중되고, 조합이 사유화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개선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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