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시작인가. 코로나19 덕분에 한동안 잠잠했던 의원 외유가 다시 시즌을 맞은 모양이다.
1991년 지방의회가 꾸려진 이래 의원들의 외유 추태는 잠시라도 그친 적이 없다. 코로나19 이전 경북 한 군의회의 추태 외유는 아직도 기억에 새롭다. 가이드 폭행, 호텔 방문을 연 채 음주와 고성방가, 여성 접대부 술집 요구 등등. 미국 경찰 출동, 호텔 측의 경고, 합의금 지불 등 가지가지였다. 같은 시기 해외에 나가있던 인천 구의원들까지 중도 귀국하게 한 대단한 외유였다.
올봄 인천 9곳 군·구 의회들이 줄줄이 해외 출장길에 오른다고 한다. 한 3년 쉰 탓인지 좀 색다른 패턴도 보인다. 이전에는 통상 상임위원회별로 삼삼오오 떠났다. 그런데 미추홀구의회와 중구의회 등 인천 7곳의 구의원들은 이번에 전원이 한꺼번에 떠난다. 과문한 탓인가, 처음 접하는 해외 연수 방식이다.
풀뿌리 민의의 전당이라는 지방의회가 통째로 바다를 건너가는 셈이다. 여의도 국회의원 300명이 한꺼번에 한곳으로 외유성 해외 연수를 가는 장면을 상상해 보라. 출장계획 심사 과정에서도 “왜 다 같이 가느냐”는 지적이 나왔다. “그동안 (의원들 간) 협동이 부족했다. 처음이기도 하니 다 같이 가는 것”이라 답변했다고 한다. 한마디로 단합대회 간다는 얘기 아닌가. 평소에 좀 잘들 지내시지.
미추홀구의회의 경우 이번 출장 일행이 21명이나 된다. 전체 구의원 15명에 사무국 직원 6명을 포함해서다. 사무국 직원 6명 중 4명은 임무가 좀 다르다. 의원님들의 출장보고서 작성을 지원할 사람들이다. 그러면 이들 직원 1명당 의원 4명의 보고서를 대신 써야 할 텐데, 똑같이 쓸 수도 없고 고생이겠다.
이달 말 프랑스와 스위스, 이탈리아로 가는 중구의회는 심사도 엉성하게 넘겼다. 현지에서 방문할 기관들에 대한 사전 섭외도 없이 계획을 짜고 제출한 것이다. 외유성이 뻔해 보이는 출장 일정은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았다. 한 구의회의 일정만 보자. 시내 견학, 박물관 관람, 슐로스베르크 전망대 시내 조망, 가이드 안내로 시청사 방문 등등.
동네 강아지들도 주인 따라 해외여행을 가는 시대다. 그러나 탈도 많고 말도 많은 외유성 해외 연수는 30년이 지났어도 그대로다. 올봄 떼를 지어 해외 출장길에 오르는 인천 군·구의원들, 조심조심 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코로나19 이전과 이후의 시민들 눈초리가 확연히 달라졌기 때문이다. 요즘 그냥 대충대충 넘어가는 게 있던가. 숨소리도 크게 내지 말고 제대로 공부하고 돌아오기를 바란다. 나가서 먹고 마시고 즐기는 모든 비용이 주민들 피땀어린 세금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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