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댈 곳 없는 범죄피해자들... 평생 ‘트라우마’에 갇힌 삶 [현실판 '모범택시'는 없다.上]

범죄피해자센터 등 있지만 대부분 관련지원 정책 모르고... 가해자 가벼운 양형에 고통
지자체, 일상회복 지원·홍보... 사회적 관심 등 대책 절실

아무도 도와줄 사람이 없을 때, 그저 피해자일 뿐인 자신이 모든 잘못의 원인같이 느껴질 때.... 그렇게 극단적인 선택을 앞둔 이들에게 모범택시 한 대가 나타난다. 이들의 복수는 법에서 규정한 처벌만 할 수 있다는 원칙을 가진 우리나라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통쾌함을 선사한다. SBS 드라마 ‘모범택시’ 이야기다. 그러나 이들의 복수가 짜릿할수록 현실에서 오는 괴리에 상처 받는 이들이 있다. 아무런 잘못 없이, 그저 범죄의 피해자가 됐을 뿐인데도 평생 상처를 안고 살아가야 하는 범죄피해자들이 그들이다. 경기일보는 범죄피해자들이 사적(私的) 복수에 기대지 않더라도 현행 법 체계 속에서 상처를 치유 받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현 제도의 문제점과 대책을 고민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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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투데이 제공

 

上. 낙인이 된 ‘범죄피해자’

#1. 지난 2015년 결혼한 A씨는 매일 악몽같은 날을 보내야 했다. 하루도 빠짐 없이 이어지던 폭행과 폭언. 그때마다 따라오던 ‘니가 잘못해서 혼이 나는 것’이라는 가스라이팅. 그렇게 자신이 범죄피해자라는 인식조차 하지 못하고 살던 A씨는 지난해 어느날 또다시 폭행을 당하다 ‘정말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공중화장실에 숨어든 그는 남편을 피할 곳도, 도움을 청할 곳도 없다는 불안에 떨어야 했다. 살기 위해 신고전화를 걸고 난 뒤에야 A씨는 비로소 자신이 범죄피해자라는 사실을 알았다.

 

#2. 수년 동안 가게를 운영하며 성실하게 살아온 B씨의 일상은 하루 아침에 송두리째 무너졌다. 지난 2011년 만취한 손님에게 성폭행을 당한 것. 가게 코 앞에 사는 이웃이 돌변했을 때, 그는 충격에 빠져 신고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집주인의 도움으로 겨우 신고를 했지만,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때의 기억은 악몽으로 남았다. 그날 이후 유일한 생계 수단이었던 가게는 문을 닫았다. 지나가는 사람만 봐도 몸을 숨겼다. 그런데 가해자에게 내려진 처벌은 고작 징역 3년. 범죄피해자지원센터의 생계비로 겨우 살아가고 있다는 B씨는 여전히 고통스럽다. ‘원치 않게 범죄피해를 당한 것 뿐인데, 왜 나만 평생 감옥에 갇힌 것 같은 삶을 살아야 할까요.’

 

지난 2021년 한해동안 경기도에서 발생한 범죄 건수는 35만7천243건에 달한다. 범죄 1건당 1명의 피해자가 생겼다고 가정하면 피해자 수만 35만명. 그러나 대부분은 범죄피해자가 되기 전까지는 관련 정책을 인지조차 하지 못했고, 피해를 당한 후에는 국민 법 감정과 동떨어진 양형 기준에 고통 받아야 했다.

 

12일 본보의 취재를 종합하면 범죄피해자들은 자신이 범죄로 인해 피해를 봤다는 인식을 제대로 하지 못하거나 막상 피해를 당했을 때 어디에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범죄피해자들에 대한 지원 체계 홍보 등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수원지역범죄피해자지원센터 관계자는 “일반 시민들은 범죄를 당하기 전까지는 피해자 지원 제도 자체를 모르거나 관심을 갖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피해자들이 숨지 않고 빠르게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의 세밀한 홍보 등 사회적인 관심이 절실하다”고 전했다. K-클로즈업팀


※ K-클로즈업팀은 경기도 곳곳의 사회적 이슈 중 그동안 보이지 않던 문제점을 제대로 진단하는 동시에 소외되고 외면 받는 곳을 크게 조명해 사회적 관심을 이끌어내며, 개선 방향을 찾아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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