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직업계高 개명 바람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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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의 삼일고등학교는 개교 120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수원사람들에게는 ‘삼일상고’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1903년 삼일학당으로 처음 문을 연 이 학교는 1946년 삼일중학교 승격 인가를 받은 뒤 1955년 삼일상업고등학교 설치 인가를 얻었다. 이후 1968년 삼일실업고등학교로 교명을 바꿨다가, 1988년 삼일상고와 삼일공고로 다시 분리 인가를 받았다. 여러 차례 이름을 바꾼 삼일상고는 올해 3월 삼일고로 개명했다.

 

삼일고는 지난 6일 교명 변경 선포식을 열고 새 출발을 알렸다. 김재철 교장은 “시대 흐름에 맞는 새 이름을 갖는 것이 좋겠다는 학생·학부모·교사·동문 등의 요청과 합의로 학교 이름을 바꾸게 됐다.”고 말했다. 인문계고로 전환하는 것은 아니다. 특성화고 체제를 유지하며 급변하는 산업 흐름과 경향에 맞춰 도약하는 계기를 만들겠다는 의미다.

 

다른 특성화고도 학교 이름 바꾸기에 나섰다.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3월 도내 5개 특성화고가 교명을 바꿨다. 삼일상고(새 교명 삼일고), 평촌공업고(평촌과학기술고), 경기세무고(적성융합고), 남양주공업고(남양주고), 성남금융고(분당아람고) 등이다. 그동안 특성화고에 농업·공업·상업 등 계열이 존재했는데 산업계 추세가 융합이 되면서 학교 운영도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1950년 6·25전쟁 이후 우리나라는 1980년대까지 국가 주도로 무너진 나라 경제를 재건하는 과정에서 상공업이 발전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공고’, ‘상고’가 잇따라 문을 열었고, 학과 운영도 공업과 상업 분야가 강세를 보였다. 하지만 1990~2000년대를 거쳐 2010년대에 접어들면서 산업구조가 첨단산업으로 빠르게 재편돼 융·복합 바람이 불고 산업 간 경계가 모호해졌다.

 

대학 진학보다 취업을 우선으로 학사를 운영하는 직업계고들은 변화하는 흐름을 수용해야 했다. ‘공고’, ‘상고’ 등과 같은 전통적인 직업계고 교명을 바꾸는 이유다. 최근 인공지능 등 첨단산업과 반려동물·보건 등과 같은 서비스 산업 위주로 인력수요가 늘자 옛 교명을 유지해온 학교들까지 개명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급변하는 산업구조에 맞춰 교명을 바꿨다면, 이제 학과 개편 등 교육과정 내실화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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