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희망고문 동인천 재개발… 긴급한 안전∙생활고통 챙겨야

서울 등에서 경인전철을 타고 동인천역에 내린 이들은 말한다. 수도권의 그 많은 도시철도 역사 중 가장 낙후한 곳 아니냐고. 사실 그렇다. 여기서 전철을 타려면 내려갔다 올라갔다를 몇차례 해야 한다. 먼저 지하상가로 내려간다. 이어 긴 통로를 지나면 다시 계단을 오른다. 개찰구를 지나서는 승강장까지 또 올라간다. 개찰구로 향하는 긴 지하통로는 좁고 어둡다. 조립식 패널로 양편에 장벽을 세워 통로 중간의 화장실 냄새도 빠져나가지 못한다. 자칫 인천의 도시 이미지가 비좁고 컴컴하고 찬 바람이 부는 이 지하통로에 갇힐까 걱정이다.

 

이런 동인천역의 낙후상은 주변 지역의 침체로 확장해 간다. 동인천역 일대는 한때 인천의 다운타운이었다. 이곳 재개발 사업은 2007년 착수했다. 그러나 16년이 흐르도록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 사업성이 부족해서다. 민간 개발의 시도도 있었지만 수익성이 낮아 여러 차례 좌초했다. 2020년에는 국토교통부의 도시재생 뉴딜 시범사업으로 전환했다. ‘동인천역 2030 역전프로젝트’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역세권복합개발사업에 병행한 이 일대 도시정비사업이다. 그러나 3년째 상인들과의 보상문제 등이 얽혀 멈춰 있다.

 

이러는 사이 이곳 송현자유시장 등은 쇠락을 거듭한다. 재개발에 묶여 손을 쓸 수가 없기 때문이다. 상가 건물 곳곳이 무너질 듯 위태롭다. 빗물이 줄줄 새고 벽면이 쩍쩍 갈라져 있다. 이러니 시장을 찾는 사람도 줄어들어 하나둘 장사를 접는다. 상인들로서는 16년 희망고문이다.

 

인천시가 인천도시공사(iH)와 함께 이 사업을 재정사업으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iH를 통한 공영개발이다. 민선 8기의 핵심 공약인 제물포 르네상스와도 연계된다. 수익성이 낮은 만큼 공영개발에 따른 일정 부분 손실은 감수해야 한다. 시와 iH 간에 동인천역 일대 개발 태스크포스(TF)도 가동했다. 올 하반기에는 ‘동인천역 주변 전면개발사업 추진을 위한 기본구상 용역’도 발주한다.

 

인천시는 수익성 확보를 위한 로드맵을 마련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간도 그 수익성 때문에 거듭 좌초했다. iH가 참여한다 해도 역시 인천시 재정사업이다. iH 역시 현재 재무 리스크를 관리해야 하는 사정이다. 재정사업은 공공효용과 사회적 비용을 면밀히 따져야 한다. 그 이전에, 해당 지역 상인·주민들의 안전과 긴급한 생활고통 해소도 시급해 보인다. 재정사업마저 늘어진다면 희망고문을 보태는 격이 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너무 낡은 동인천역을 오가는 시민들의 불편도 더는 방치할 문제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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