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부평구 아파트 평균 5.7개월 근로... 경비원 처우개선 제도 있어도 갑질 계속 잡일 맡아도 대응 못하는 악순환 반복... 대책 촉구에 市 “실태조사 후 개선 검토”
“3개월 일하고 해고당하면 안 되잖아요. 부당해도 그냥 참고 말죠.”
#1.인천 부평구 한 아파트 경비원인 김순기씨(가명·71)는 입주민의 잔심부름이 하루의 일상이다. 집에 불려가 전등을 갈아 끼우거나 무거운 짐을 옮겨달라는 지시(?)는 수시로 일어난다. 물론 해당 잡일은 김씨의 업무 범위를 벗어난 일이다. 김씨는 “경비 업무가 아니라도 주민이 시키면 할 수밖에 없다”며 “3개월짜리 계약이라 조금만 주민들 눈 밖에 나면 해고당할 수도 있다”고 푸념했다.
#2.남동구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근무 중인 황철용씨(68·가명)의 사정도 마찬가지. 하루는 한 주민이 황씨에게 아파트 입구 차단기를 빨리 올리지 않는다며 고함을 질렀다. 당황도 잠시, 1주일 후가 재계약 시기라는 사실이 문득 떠오른 황씨는 억지로 입꼬리를 올리며 “죄송하다”면서 연신 고개를 숙이며 입주민의 화를 달랬다. 황씨는 “막말을 하거나 부당한 일을 당해도 아무 말도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씁쓸해했다.
인천지역 아파트 경비원들이 6개월 이하 ‘초단기 계약’으로 내몰리면서 ‘갑질’에 더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대학교 인천학연구원이 발표한 ‘인천 부평구 아파트 경비노동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에 응한 260명의 경비원 근로계약기간은 평균 5.7개월에 불과하다. 이 중 144명(55.7%)은 3개월 계약직이다.
초단기 계약은 아파트 경비원들의 고용 불안을 가중시킨다는 분석이다. 재계약이 수시로 이뤄지는 탓에 경비원들은 고유의 경비 업무 외에 온갖 잡일까지 떠안기 일쑤다. 초단기 계약으로 인해 열악한 근무환경에도 버틸 수밖에 없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특히 고령화 추세 등으로 아파트 경비원 구직자가 늘어나는 것도 초단기 계약을 부추기고 있다. 경비업체 관계자는 “3개월짜리 계약직 경비원 구직에도 경쟁률이 3대1에 달한다”며 “경비원 하려는 사람은 널려 있다”고 귀뜸했다.
이 때문에 경비원들은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일명 경비원 갑질 금지법)에서 규정하는 업무 외 일에 시달려도 대응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 법이 허용하는 경비 외 업무는 청소, 재활용 분리배출, 안내문 게시, 주차 관리와 택배물품 보관 등이다.
지역 안팎에선 지자체가 경비원 단기계약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임득균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 노무사는 “현행법으로 초단기 계약을 막지는 못한다”며 “지자체가 1년 이상 계약 업체에 지원금을 주는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인천시 관계자는 “우선 인천지역 전체 경비원들을 대상으로 계약 실태 조사를 할 계획”이라며 “이후 불합리한 고용구조를 개선할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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