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새로운 수장인 위르겐 클린스만이 부임 후 두 번의 평가전을 치렀다. 전술을 정비할 시간도 없이 본인이 지닌 세계적인 공격수의 DNA를 이식시키기에는 턱없이 모자란 시간을 가진 채 콜롬비아와 우루과이 등 전통의 남미 강호들을 상대로 경기력을 선보였다.
일단 공격력에선 어느 정도 합격점을 줄 수 있겠다. 문제는 수비였다. 이탈리아 세리에A를 종횡무진 누비며 월드클래스 수비수의 반열에 오른 ‘철기둥’ 김민재 선수만이 후방을 책임지며 고군분투하고, 때론 부족한 경기력에 답답해하는 모습이 자주 중계 화면에 잡혔다. 그리고 이어진 충격 발언.
김민재 선수는 지난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우루과이와의 A매치 친선전 후 인터뷰에서 “당분간이 아니라 일단 소속 팀에서 집중해야 할 것 같다. 축구적으로 힘들고 몸도 힘들다”며 대표팀 은퇴를 시사했다. 이어 “멘털적으로 무너진 상태”라며 “대표팀보다는 소속 팀에서 최선을 다하고 싶다”는 충격 발언으로 국내 축구팬들을 혼란에 휩싸이게 했다.
‘27세. 대한민국 괴물 수비수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축구는 혼자서 하는 운동이 아니다. 특히 개인의 능력이 빛을 발하는 공격수와 달리 수비수들은 유기적인 전술을 통해 실점을 하지 않는 것이 본연의 임무다. 그런데 소속 팀, 유럽에서 최고의 기량을 가진 선수들과 호흡을 맞추던 김민재 선수는 대표팀에서 한계를 느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계속되는 수많은 이적설도 젊은 선수에게 엄청난 중압감을 줬을지도.
어느 사회나 조직을 와해시키는 것은 아주 작은 ‘크랙(Crack)’에서부터 시작된다. 그 크랙을 빠른 시간에 봉합해 더욱 단단해지게 만드는 것이 급선무일 것이다. 만약 그 크랙을 방치하면 나중에 손을 쓸 수 없게 돼 결국 무너지게 될 것이다. 김민재 선수가 지닌 지금의 크랙을 축구협회와 대표팀 코치진이 어떻게 슬기롭게 봉합하는지에 대한민국 축구의 미래가 달렸다. 아울러 우리가 가진 크랙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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