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용 전기요금에 적용된 ‘누진세’는 정당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이동원)는 30일 박모씨 등 87명이 한국전력공사(한전)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전력 사용량이 많을수록 요금이 비싸지는 전기요금 누진세는 여러 차례의 누진 구간 조정을 거쳐 지난 2016년부터 3단계 체계로 재편됐다. 그러나 전력 수요가 증가하는 여름철마다 ‘전기세 폭탄’ 등과 같은 부정적 여론이 끊이지 않았다.
이번 소송은 박씨 등이 지난 2014년 한전이 위법한 약관을 통해 전기요금을 부당 징수한다며 적정 요금 차액 반환을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1단계를 제외한 나머지 구간은 누진율이 비약적으로 높아져 불공정하다는 이유다.
앞서 1심과 2심 재판부는 원고 패소 판결했다. 전기요금 약관이 사용자에게 부당한 것은 아니고 ‘한정된 필수공공재’인 전기 절약 유도와 적절한 자원 배분 등 사회 정책적 목적상 누진세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날 대법원도 이런 하급심 판단이 옳다고 인정했다. 대법원은 누진세 약관의 정당성을 따지려면 일반적인 계약에 적용되는 약관법 6조를 기준으로 삼아야 하지만 주택용 전력 소비자에게 일괄적으로 적용, 일상생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공익적 성격도 띠는 전기요금의 특수성을 함께 따져야 한다는 기준을 처음으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전기 판매 사업자가 거래상의 지위를 남용해 고객의 정당한 이익과 합리적 기대를 침해할 정도로 약관 내용을 일방적으로 작성했다고 볼 수 없다”며 “누진세는 전기 사용자 간에 부담의 형평이 유지되는 가운데 전기의 합리적 배분을 위해 필요해 도입된 경우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누진세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재판부는 “전기요금 산정이나 부과에 필요한 세부적인 기준을 정하는 것은 전문적·정책적인 판단이 필요하고 기술 발전 등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정책에 따라서 시간대·계절별 차등 요금제 등 다양한 방식의 전기요금제가 누진요금제와 함께 활용될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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