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경비원들의 삶은 고달프다. 일이 힘든 것도 있지만 주변인들의 모욕과 멸시, 천대, 폭언 등이 더 괴롭다. “공부를 못하면 저렇게 돼”라든가, “키도 작고 못생긴 사람을 왜 채용했냐, 당장 바꿔라”, “(경비초소에 불 켜놓은 것에 대해) 너희 집이면 불 켜놓을 거냐” 등의 폭언에 시달렸다는 이가 상당수다. 입주민에게 차를 빼달라고 요청했다가 “경비 주제에 무슨 말을 하냐”며 관리사무소에 얘기해 그만두게 하겠다고 협박당한 경우도 있다. 직장갑질119가 최근 공개한 ‘경비노동자 갑질 보고서’에 나온 내용들이다.
지난달 14일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70대 경비원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그는 목숨을 끊기 전 관리소장의 ‘갑질’을 주장하는 유서를 남겼다. 부하 경비원이 연초 업무상 실수를 했다는 이유로 A씨를 경비반장에서 일반 경비원으로 강등시켰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아파트에서 10여년간 근무한 A씨는 ‘부당한 인사 조치’를 비관하며 고통스러워했다고 한다.
2020년 서울 강북의 한 아파트 경비원 최희석씨가 입주민의 폭행과 폭언을 견디지 못해 자살한 이후 ‘경비원 갑질방지법’(공동주택관리법)이 만들어졌다. 300가구 이상 공동주택에서 입주자와 관리주체가 경비원을 상대로 업무 외의 부당한 지시 등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선 제대로 적용되지 않고 있다. 대부분의 경비원이 3개월 등 초단기로 간접 고용되는 등 불안한 노동환경 탓에 문제 제기가 어렵다. 근로기준법상 같은 회사 소속이어야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데 관리소장과 경비원의 소속이 다른 경우가 많은 것도 맹점이다. 300가구 이하 아파트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때문에 갑질방지법이 생겼어도 고용 불안에 떨며 갑질을 노출시키지 못한다.
전국 경비원 26만9천명 중 79.6%가 60세 이상이다. 70세 이상 고령자도 30%에 가깝다. 경비원으로 시작한 ‘제2의 인생’이 낮은 임금과 경비 외 업무, 휴가 거부 등 부당한 처우와 갑질로 고통받아선 안 된다. 실효성 없는 법을 수정해 보다 나은 환경에서 일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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