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원폭 피해 동포 만나...“식민지 시절 피해로 슬픔·고통 더 극심할 것”

“한국 대통령의 위령비 참배 너무 늦었다” 사과
윤 대통령,"히로시마 피폭 동포와 가족들, 한국 방문 초청"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을 찾은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9일 일본 히로시마 한 호텔에서 열린 히로시마 동포 원폭 피해자와의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 차 일본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은 19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한국인 원자폭탄 피해 동포들과 만나 “한국 대통령의 위령비 참배가 너무 늦었다”며 사과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히로시마의 한 호텔에서 한국인 원폭 피해자들과 만나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 번 여러분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라고 말했다고 대통령실이 전했다. 한국 대통령이 히로시마 원폭 동포를 만난 것은  윤 대통령이 처음이다.

 

그러면서 “동포들이 입은 피해는 식민지 시절 타향살이를 하면서 입은 피해로 슬픔과 고통이 더 극심할 것”이라며 머리를 숙였다. 

 

윤 대통령은 이어 “저와 기시다 총리는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에 공동 참배할 예정”이라며 “이역만리 타향에서 전쟁의 참화를 직접 겪은 한국인 원폭 희생자를 추모하면서 양국의 평화와 번영의 미래를 열어갈 것을 함께 다짐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일 정상이 한국인 원폭 피해 위령비에 공동 참배하는 것은 역대 최초다. 두 정상은 핵 군축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한일 양국이 평화와 번영의 미래를 함께 준비하자는 다짐의 메시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

 

히로시마 평화공원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원폭 돔'이 보존된 장소로, 78년 전 미국의 원자폭탄(리틀 보이·Little Boy) 투하로 14만6천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전쟁의 대참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평화공원에 들어서면 앙상한 뼈대만 남은 '원폭 돔'이 눈에 들어온다. 1910년 히로시마현 상업전시관으로 지어진 5층 건물로, 원폭에 의해 대부분 부서지고 현재는 돔 모양의 철골과 외벽 일부만 간신히 남아 있다.

 

평화공원은 히로시마·나가사키 원자폭탄 투하 추모일인 매년 8월6일마다 일본 각지에서 수만명의 추모행렬이 운집한다. 일본이 세계 유일의 피폭국이라는 정체성을 강조하는 상징적 장소다. 이에 평화공원에는 전쟁의 참상과 평화를 기원하는 기념물이 곳곳에 배치돼있다.

 


■ 윤석열 대통령, 히로시마 동포 원폭피해자 만남, 마무리 발언

 

여러분은 한국 동포입니다. 한국은 국민을 판단하고 국적의 기준을 세울 때 속인주의로 판단합니다. 우리는 혈연이나 피를 중요시 여기는 나라입니다. 어디에서 태어났느냐, 어디에서 사느냐가 아니라, 그 부모가 누구이고, 그 피가 어디에 있고, 그 문화가 무엇이냐를 우리는 따지는 나라입니다.

 

그래서 우리 동포가 러시아에 살든, 일본에 계시든, 미국에 있든, 또 어디서 태어나셨든 간에 여러분의 피가 한국에 있는 여러분 다 재외동포시고, 대한민국의 국가와 정부가 여러분들을 보호해야 합니다.

 

우리 동포들이 원자폭탄 피폭을 당할 때 우리는 식민 상태였고, 해방, 그리고 독립이 되었지만, 나라가 힘이 없었고, 또 공산 침략을 당하고 정말 어려웠습니다.

 

그러다보니 우리 동포 여러분들이 이렇게 타지에서 고난과 고통을 당하고 있는데 대한민국 정부, 국가가 여러분 곁에 없었습니다.

 

제가 정부와 국가를 대표하는 대통령으로 와서 우리 동포가 이런 슬픔과 고통을 겪는 그 현장에 고국이 함께 하지 못했다는 것에 대해서 정말 깊은 사과를 드리고, 다시 한 번 여러분께 심심한 위로를,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제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우리 많은 재외동포들을 국가가 제대로 지원하고 보호하기 위해서 재외동포청을 신설하겠다고 공약으로 발표를 했고, 취임한 이후에 입법 추진을 해서 금년 6월에 재외동포청이 설립됩니다.

 

그동안은 대사관과 영사관에서 우리 재외국민 위주로 보호, 지원 업무를 했습니다만 재외동포청은 국적을 가리지 않고 현재 대한민국 국민이냐 아니냐와 상관없이 우리 한국 동포면 누구나 아주 체계적으로 지원과 보호의 대상으로 하고, 한국어가 서툰 우리 동포들에 대해서는 한국어도 체계적으로 가르치고, 고국 문화교류와 방문에 있어서도 체계적으로 지원할 것입니다.

 

여러분, 일본에도 우리 대한민국 동포가 많이 계시지만 히로시마에 피폭 동포와 그분들의 가족, 그리고 함께 애를 쓰셨던 우리 민단과 많은 동포 관계자분들께서 조만간에 꼭 한국을 한번 방문해 주시기를 제가 초청하겠습니다. 여러분들 오랜만에 고국에 오셔서 내 모국이 그동안 얼마나 변하고 발전했는지 꼭 한번 가까운 시일 내에 보시기 바랍니다.

 

여러분, 그동안 고생 많이 하셨고, 정부를 대표해서 여러분이 어려울 때 함께하지 못해서 정말 다시 한번 사과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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