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소액대출 상담 대기만 일주일… “단비 같은 100만원”

생계 절실 30~50대 신청 몰려...“추가 정책 마련 등 대책 필요”

22일 오전 10시께 인천 남동구 구월동 인천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서 소액생계비대출을 받으려 상담을 예약하고 온 시민들이 창구 앞에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홍승주기자

 

“밀린 월세를 내려면 이번에 꼭 100만원이라도 대출을 받아야 해요.”

 

22일 오전 10시께 인천 남동구 구월동의 인천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 이곳의 소액생계비대출 상담 전용 창구에는 모두 상담을 받는 시민들로 가득차있다. 사전에 상담을 예약하고 오는데도 창구마다 1~2명의 시민들이 초조하게 대기하고 있다. 예약이 꽉 차 지금 신청을 해도 다음주에나 상담이 가능하다.

 

이 곳에서 만난 문성경씨(70)는 5개월 간 밀린 임대주택 임대료와 끊긴 전기·가스비를 내려 이날 센터에서 100만원을 대출을 신청했다. 한때 기초수급대상자여서 지자체의 의료·주거비 지원을 받았지만, 최근 하던 일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이마저도 받지 못하고 있다. 문씨는 “가족들과 연락도 이뤄지지 않아 당장 손 벌릴데가 없다”며 “100만원이 어떻게 보면 작은 돈이지만, 지금 (나에겐) 꼭 필요한 단비”라고 했다.

 

이날 오전 11시께 인천 계양구 계산동 계양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도 마찬가지. 이 센터의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1일 상담자는 무려 100여명에 이른다. 이 곳에서 만난 김유진씨(40)는 “상담을 받기 위해 1주일을 기다렸다”며 “허리가 다쳐 일을 할 수 없어 생활비를 빌리러 왔다”고 했다. 이어 “불법 사금융을 이용하려고 생각도 했지만, 금리가 높아 이용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인천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 관계자는 “예약을 다 소화할 수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며 “대출 뿐 아니라, 취업 연계 등의 복합적인 지원방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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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전 10시께 인천 남동구 구월동 인천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서 소액생계비대출을 받으려 상담을 예약하고 온 시민들이 창구 앞에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홍승주기자

 

인천지역 금융취약계층이 소액생계비대출에 몰리고 있다. 최근 고금리에 고물가까지 겹치며 경제적 어려움이 커진 저신용·저소득층이 100만원 이하의 소액대출이라도 받아 생계를 이어가려는 것이다.

 

22일 더불어민주당 허종식 국회의원(인천 동·미추홀갑)이 금융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인천지역 소액생계비 대출 현황을 분석한 결과, 상품 출시일인 3월27일부터 지난 4일까지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 영업일 기준 총 29일 동안 모두 2천152명이 대출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 금액은 13억2천680만원에 이른다.

 

소액생계비대출은 생계비가 부족한 저신용, 저소득 취약계층이 불법사금융을 이용하지 않도록 지원하는 정책서민금융상품이다. 대출 한도는 최대 100만원이고 연 15.9%의 이자를 내야 한다. 현재 1금융권 은행 대출 이자 3.9%와 비교하면 4배 가까이 비싸다. 하지만 연체자 및 무소득자도 대출에 제한이 없다보니 은행 등 제도권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리는 것이 어려운 취약계층이 소액생계비대출을 찾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인천의 소액생계비대출 이용자는 경제 활동의 주축인 30~50대가 절반이 넘는다. 30대가 494명(22.9%), 40대가 589명(27%), 50대가 445명(20.7%)이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서민들이 경제적 어려움에 정부의 소액 자금 대출에 많이 몰리는 현상”이라며 “다중채무자와 저신용 청년 등을 위한 추가 정책 자금 마련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당초 예상과 달리 수요가 많아져 현재 긴급하게 금융권에 협조 요청을 하고 있다”며 “연말까지는 중단 없이 취약계층에게 소액생계비대출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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