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자격시험 과정에서 채점도 하지 않은 수백개의 답안지가 공공기관의 실수로 파쇄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해당 기관에서는 재시험을 치르겠다고 밝혔지만, 일정 등의 이유로 시험 응시가 불가능한 수험생의 피해와 난이도에 대한 형평성 논란 등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20일 한국산업인력공단 등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서울은평구에 있는 연서중학교에서 치러진 ‘2023년 제1회 정기기사·산업기사 제1회 실기시험’ 답안지가 모두 파쇄됐다. 서울지역의 유일한 시험장이었던 연서중에서는 61개 종목의 수험생 609명이 시험을 치렀는데, 이들의 답안이 채점도 되기 전에 파쇄된 것이다.
당시 시험은 18개 시험장에서 동시에 치러졌는데, 문제가 발생한 건 답안지를 공단 서울서부지사로 옮겨 채점하는 과정에서였다. 한 직원의 실수로 연서중학교 시험장에서 모인 답안지가 보관용 금고가 아닌 바로 옆 창고로 옮겨졌고, 파쇄작업이 이뤄진 것이다. 나머지 17개 시험장의 답안지는 다음날 다른 지역에 있는 채점실로 옮겨졌다. 이 과정에서도 1개 시험장의 답안지 수백장이 누락됐다는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 같은 상황이 확인된 건 시험을 치른지 1개월이 지난 지난 20일이다. 시험을 치른 지 한달이 지나서야 파쇄 사실을 인지한 셈이다. 결국 시험을 치른 뒤 결과만 기다리고 있던 응시자 609명은 재시험을 치르게 됐다.
공단은 부랴부랴 수험생들의 공무원시험 응시 등에서의 불이익이 없도록 다음달 1~4일 추가시험을 치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후 당초 예정됐던 합격자 발표일(6월9일)에 맞춰 결과를 받아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만약 1~4일 시험을 치를 수 없을 경우 6월24~25일 시험을 치르고, 같은달 27일 합격자를 발표할 계획이다.
이 같은 대책에도 총 6번의 시험 과정에서 난이도에 대한 형평성 문제는 물론 자격시험일에 맞춰 재시험을 치를 수 없는 수험생의 피해 등에 대한 문제도 불거질 전망이다.
한편 공단은 책임자 문책 등의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공표했지만, 정치권에서는 이사장의 사퇴 요구가 나왔다.
국민의힘은 이날 수석대변인 논평을 통해 “2023년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일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황당한 무능이 국가자격시험에서 일어났다”며 “청년들의 희망을 자신들의 실수로 짓밟아 놓고서는 이제와 고작 한다는 말이 추가시험 기회 제공인데, 수험생들 가슴에 다시 한 번 대못질을 하는 행태”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 시절 최저임금위원장까지 지낸 어수봉 이사장이 최저임금이라도 받기 위해 땀 흘려온 청년들의 꿈과 희망을 짓밟았다”며 “즉각 사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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