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50%로 동결했다. 지난 2월과 4월에 이어 세 번째 동결이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소 줄어든 상황에서 무리하게 금리를 올려 위축된 경기와 금융에 영향을 줄 필요가 없다는 이유로 해석된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오전 9시부터 열린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현재 기준금리인 연 3.50%를 조정 없이 동결했다. 금통위는 통화정책 방향 회의 의결문에서 동결 배경을 “물가 상승률이 둔화 흐름을 지속하겠지만, 상당 기간 목표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현재의 긴축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봤다”고 밝혔다.
이어 “물가에 중점을 두고 긴축 기조를 상당 기간 이어갈 것”이라며 “인플레이션 둔화속도, 성장의 하방 위험 및 금융안정 리스크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상당 기간 긴축 기조 유지’는 앞으로 수개월 사이 기준금리 인하 없이 동결 또는 인상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당초 한은은 미국과의 기준금리 격차가 역대 최대 수준(1.75%포인트)이라, 이를 줄이기 위해 추가 인상에 나설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었다. 하지만 아직 뚜렷하게 외국인 자금 유출 등이 나타나지 않아 추가 인상 없이도 버틸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기준금리가 재차 동결되면서 미국과의 금리차는 1.75%포인트(한국 3.50%·미국 5.00∼5.25%)로 유지됐다.
앞서, 금통위는 지난 2020년 3월16일 코로나19 충격에 따른 경기 침체가 예상되자,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포인트 낮췄고, 같은해 5월28일 추가 인하를 통해 단 2달 만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나 빠르게 내렸다. 이후 9번의 동결을 거쳤고, 2021년 8월 0.25%포인트 올리며 ‘통화정책 정상화’에 나선 바 있다.
이후 기준금리는 같은 해 11월, 지난해 1·4·5·7·8·10·11월과 올해 1월까지 0.25%포인트씩 8차례, 0.50%포인트씩 2차례 올려 모두 3.00%포인트 높아졌다. 하지만 2021년 8월 이후 약 1년 반 동안 이어진 금리 인상 기조는 2·4·5월 잇따른 동결로 깨졌다.
이날 한은이 재차 동결을 결정한 배경에는 불안한 경기 상황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통관 기준 무역수지는 4월(-26억2천만달러)까지 여전히 14개월째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울러 한은은 이 같은 최신 경제지표와 기대보다 더딘 중국의 경제 활동 재개 등을 반영해 이날 금통위 회의 직후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6%에서 1.4%로 수정했다. 한은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인 1.4%는 최근 국내외 기관들 사이에 ‘대세’로 자리 잡던 1.5%보다도 낮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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