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최우선변제금 받아도 절반도 못건져
인천에서 4번째 전세사기 피해자가 사망(경기일보 25일자 7면)한 가운데, 이 피해자의 집이 경매에 넘어가면서 전세보증금 절반 이상을 날릴 처지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25일 인천시에 따르면 지난 24일 사망한 전세사기 피해자 A씨는 미추홀구 아파트 전세보증금인 6천200만원 중 44%인 2천700만원의 최우선변제금만 받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추홀구는 과밀억제권역에 있어 주택임대차보호법 관련 개정 규정에 따라 전세보증금이 1억4천500만원 이하일 경우 최대 4천800만원의 최우선변제금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A씨 아파트의 근저당은 2017년 2월에 설정, 개정안 소급 적용을 받지 못한다.
이로 인해 A씨가 사는 아파트는 지난해 11월 경매로 넘어갔으며, 만일 A씨의 아파트가 낙찰할 경우 A씨는 최우선변제금을 제외한 3천500만원을 고스란히 날리는 셈이다.
이처럼 미추홀구 전세사기 사건 피해자 대다수는 최우선변제 대상이 아니거나 최우선변제를 받더라도 사망 피해자처럼 원금에 비해 턱없이 적은 금액만 보장받을 수 있는 등 사각지대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피해자들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최우선변제금이라도 온전히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해줄 것을 정부와 정치권에 요구해왔다.
하지만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 안정에 관한 특별법’은 이 같은 최우선변제금의 보장이 아닌, 대출이 가능토록 변형시킨 내용을 담고 있다. 근저당 설정 시점이나 전세 계약 횟수와 관계 없이 경·공매가 이뤄지는 시점의 최우선변제금을 최장 10년간 무이자로 대출이 가능하고 최우선변제금 범위를 초과하면 2억4천만원까지 1.2∼2.1%의 저리로 대출을 지원한다.
박순남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 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은 “전세로 피해를 입은 사람에게 또다시 전세로 들어가라는 것이 말이 되는 소리냐”며 “최우선 변제금만이라도 보장해달라는 요청을 무시하고 피해자들을 빚더미로 내몰고 있다”고 했다. 이어 “사람이 죽고나서 책임을 덜기위한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며 “도대체 사람이 몇이나 죽어야 제대로 된 법안을 만들지 모르겠다”고 했다.
한편, 시가 전세사기 관련 실태조사를 한 결과, 인천의 ‘건축왕·빌라왕·청년빌라왕’이 가지고 있는 전체 피해주택은 2천969가구이다. 이들 중 2천484가구(83.6%)가 미추홀구에 집중해 있으며, 최소한의 안전판인 최우선변제금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874가구(35.2%)에 그치는 것으로 확인했다. 또 이미 92가구가 경매를 통해 매각이 끝난 것으로 집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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