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요원 10명 중 6명 '복무 중 괴롭힘' 노출"

사회복무요원의 ‘복무 중 괴롭힘’ 피해 제보사례를 유형별로 분류한 모습. 직장갑질119 제공

 

#1. 사회복무요원 A씨는 요양원에서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을 부축하거나 원내 쓰레기를 버리는 일 등을 했다. 그런데 요양원 직원들은 특별한 이유 없이 A씨를 두고 “공익아”라고 부르며 하대하거나, “저런 건 공익 시키세요”라는 등의 말로 무시해왔다. A씨가 혼자 하기 힘든 업무를 떠맡게 돼 이를 거부하면 “일 못하는 XX”라며 비난하기도 했다.

 

#2. 사회복무요원 B씨는 대전에서 서울로 가기 위해 ‘의무복무자 할인승차권’으로 2천300원을 할인 받아 기차표를 구매했다. 하지만 승무원과 역무원은 “사회복무요원은 할인대상이 아니다”라며 10배의 부가운임을 납부할 것을 강요했다. 역무원 측은 부가운임을 납부하지 않으면 철도경찰에 넘기겠다며 군인신분에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B씨는 코레일에 수차례 항의했지만 ‘절차에 하자가 없었으니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사회복무요원 10명 중 6명 이상이 복무 중 괴롭힘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군인’과 ‘노동자’ 어느 한 곳에도 명확하게 포함되지 못하다 보니 적절한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직장갑질119는 지난 1일부터 28일까지 전국 사회복무요원과 소집해제자 등을 대상으로 사회복무요원 복무 중 괴롭힘 경험과 복무환경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31일 발표했다. 이 실태조사는 설문지를 통한 온라인 조사로 진행됐으며 전체 521명 중 350명(67.2%)이 설문에 답했다. 

 

자세한 내용을 보면 ‘폭행·폭언’ 피해를 경험했다는 사회복무요원 비율은 전체 응답자 중 154명(44%)으로 일반 직장인 평균(14.4%)보다 약 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부당 지시’(48.9%)도 직장인 평균(16.9%)의 2.9배, ‘따돌림·차별’(31.1%)도 직장인 평균(11.1%)의 2.8배씩 각각 답변 비중이 높았다.

 

전체적으로 ▲폭행·폭언 ▲모욕·성희롱 ▲따돌림 ▲부당 업무지시 ▲부당 대우 등의 항목 중에서 ‘한 가지 이상 경험해 본 사람’은 224명(64%)에 달했다.

 

앞서 직장갑질119는 올해 3월 일반 직장인 1천명에 대해서도 직장 내 괴롭힘 설문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이때 응답자 30% 이상이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회복무요원 조사는 당시 조사보다도 ‘괴롭힘 당했다’는 답변이 2배 이상 많아, 사회복무요원의 복무 중 괴롭힘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복무 중 괴롭힘에 대해 세부적으로 답한 응답자 225명 중 137명(60.9%)은 괴롭힘 행위자로 ‘복무기관 직원’을, 86명(38.2%)은 ‘복무기관장’이라고 답변했다.

 

이와 함께 복무 중 괴롭힘에 대해 사회복무요원 158명(70%)은 ‘참거나 모르는 척’한 것으로 집계됐다. 대응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대응을 해도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아서’(63명·39.9%)였다. 이어 ‘향후 복무기간 동안 불이익을 당할 것 같아서’(56명·35.4%), ‘제대로 된 해결 절차나 제도가 없어서’(29명·18.4%) 등 의견이 다음을 차지했다.

 

더 큰 우려는 피해자들이 대응을 해도 상당수 문제가 해결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복무 중 괴롭힘에 대응했다’는 89명 중 55(61.7%)가 ‘복무 중 괴롭힘이 해결되지 못했다’고 답했다. 복무 중 괴롭힘이 줄어들거나 해결됐다는 답은 34명(38.2%)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하은성 사회복무요원 노동조합 사무처장은 “사회복무요원은 입법 공백으로 정부 감독이 적고, 괴롭힘 행위자를 제재할 방법도 마땅치 않다. 또 직원 사이에 혼자 배정돼 일하는 경우가 많아 고립감이 심하고 도움을 요청하기도 쉽지 않다”며 “6월 중 국회토론회나 기자회견 등을 통해 ‘복무 중 괴롭힘 금지법’ 입법 촉구의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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