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DMZ 평화의 길을 걷다

파주 임진강변 생태탐방로는 민간인통제구역 안에 있다. 군(軍) 순찰로였던 이곳은 경기도와 군의 오랜 협의 끝에 2016년 1월1일부터 개방했다. 구간은 임진각 평화누리~초평도(草坪島)~임진나루~율곡습지공원까지 9.1㎞. 초평도는 멸종위기의 흰꼬리수리, 천연기념물 두루미·재두루미, 철새인 고니·왜가리·원앙·해오라기 등의 조류와 습지 생물의 서식지로서 생태적 가치가 높다. 임진나루는 임진왜란 때 선조가 의주 몽진을 위해 배를 탄 역사 현장. 그리고 율곡습지공원은 봄에는 유채꽃, 가을에는 코스모스가 고운 자태를 뽐낸다. 생태탐방로는 민통선 특성상 사전 예약자에 한해 출입 절차를 거친다. 그럼에도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군 순찰로를 트레킹한다는 색다른 코스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개방 당해 1만625명이던 탐방객이 2017년 1만1천931명, 2018년 1만4천810명으로 매년 늘었다. 비록 조류인플루엔자, 아프리카돼지열병, 코로나19 여파로 일부 기간 운영을 중단했어도 인기는 꾸준했다. 2019년부터 최근까지 1천~1만여명이 이곳을 걸었다.

 

지난달 20일 오후 1시45분 파주시 임진각 평화누리광장.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무대에 마련된 커다란 ‘평화 북’을 힘차게 친다. ‘DMZ 평화걷기 행사’ 출발을 알리는 북소리다. 경기도가 정전 70주년을 맞아 ‘디엠지 오픈 페스티벌’ 대장정의 첫발을 내디뎠다. 참전국 대사·직원 가족, 주한미군, 북한이탈주민 등도 참여해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며 뜻깊은 행사를 빛냈다. 자연을 즐기며 생태탐방로를 걷다 보면 슬픈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강변을 따라 세워진 철책은 우리나라가 종전국가가 아닌 휴전국가임을 새삼 느끼게 한다. 이날 필리프 르포르 주한 프랑스대사는 말했다. “6·25전쟁은 한국의 너무 아픈 역사이기도 하고…한국 국민들이 너무나 많은 고통을 받은 시간들이었다”며 “도라산역이 남쪽에서의 마지막 역이 아니라 북쪽으로 가는 첫 번째 역이라고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말씀하셨는데 우리 모두 그렇게 믿고 실제로 그렇게 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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