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어느 반달가슴곰의 죽음

수컷 반달가슴곰 한 마리가 세상을 떴다. 14일 오후 경북 상주 야산에서다.

 

해당 족속은 식육목(食肉目) 곰과의 포유류로 1982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몸 길이 1.9m 정도에 꼬리는 약 8㎝다. 한반도 중남부가 활동권역이다. 2015년 태어났으니 여덟 살이었다. 이름도 있었다. ‘오삼이’다. 환경부의 관리번호 ‘KM-53’의 뒷부분 두 자리 숫자를 한글로 표기해 그렇게 지어졌다. 국내에서 태어난 53번째 수컷 반달가슴곰이란 뜻이다.

 

오삼이는 태어난 해 지리산에 방사됐다. 녀석은 반달가슴곰계의 콜럼버스였다. 탐험을 멈추지 않아 붙여진 별명이다. 2017년 6월 지리산이 아닌 수도산에서 발견되면서 유명세를 치렀다. 2018년 5월에는 대전통영고속도로 생초IC 인근에서 버스에 치였지만 수술 받고 회복돼 또 유명해졌다.

 

이후 활동지역은 덕유산-가야산-수도산-민주지산 권역이었다. 올해는 지난 3월29일 가야산에서 겨울잠에서 깬 뒤 어린이날까지는 가야산, 수도산, 만주지산에서 활동했다. 5월10일까지는 충북 영동과 옥천, 이후에는 충북 보은 일대에서 활동했다.

녀석은 사고뭉치였다. 지난해와 2021년 반달가슴곰으로 인한 재산 피해 76건 중 68%인 52건을 오삼이가 일으켰다. 지난달에는 충북 옥천의 농가에서 벌통 6개를 부순 뒤 달아나기도 했다.

 

오삼이는 어떻게 숨졌을까. 국립공원공단에 따르면 지난 13일 상주 경작지 인근서 목격됐고 같은 날 밤엔 민가에서 100m 떨어진 곳까지 접근한 게 확인됐다. 공단 측이 발신기를 교체하려고 마취총을 발사했는데 맞은 뒤 도망쳤고 이후 계곡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발견 직후 심폐소생술을 실시했으나 결국 눈을 감았다.

 

녀석이 숨지면서 야생에 서식하는 반달가슴곰은 86마리에서 85마리로 줄었다. 그런데 궁금하다. 저승에서도 말썽꾸러기로 지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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