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입학 수학능력시험을 불과 153일 앞두고 일선 학교는 물론 수험준비생, 학부모 등에게 일대 혼란이 야기되고 있다. 혼란의 요인은 지난 15일 윤석열 대통령이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으로부터 교육개혁 추진 상황을 보고 받는 자리에서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의 문제는 수능 출제에서 배제하라”고 지시한 것이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윤 대통령의 발언으로 혼란이 확대되자, 대통령실이 해명에 나섰다. 즉, 김은혜 홍보수석은 16일 교육계의 카르텔 해소와 공정성 강화가 대통령의 오랜 소신이라고 강조하면서 “윤 대통령은 쉬운 수능, 어려운 수능을 얘기한 것은 아니다”며 “모든 시험의 본질인 공정한 변별력은 갖추되 공교육에서 다루지 않은 분야는 수능에서 배제하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특히 대통령실은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은 문제를 출제하면 교육당국과 사교육 산업이 한통속이라 생각한다”는 데 방점을 찍은 지시였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사교육의 폐해를 지적한 것은 우리 모두 공감하고 있다. 지난 3월 정부가 발표한 ‘2022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에 따르면 학부모들이 1년간 학원이나 과외, 인터넷 강의 등에 지출한 돈이 무려 26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2년 연속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으며, 1년 새 학생 수는 0.9% 줄었는데 오히려 사교육비는 10.8%나 늘었다. 학생 1인당으로 환산하면 월평균 41만원, 사교육에 참여한 학생 78.3%만으로 한정하면 52만4천원이 되고 있으니, 이는 가계 운영에 큰 부담이 된다.
사교육에 지나치게 의존해 가계 부담이 크다는 문제는 이미 오래전부터 야기된 것으로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더구나 학벌지상주의가 장래를 결정하는 한국 사회의 특수성 때문에 학부모들은 수능에 높은 점수를 받아 일류 대학에 보내려고 사교육에 막대한 지출을 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이에 역대 정부와 교육계는 대학입시제도 개선 등과 같은 갖가지 대책을 통해 사교육의 부담을 줄이려는 노력을 계속했지만, 오히려 사교육 시장은 더욱 확대되고 있어 백약이 무효인 상태다.
윤 대통령이 강조하는 교육개혁은 공교육의 정상화가 이뤄지지 않는 한 공염불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일선 학교는 막대한 투자를 통해 시설은 최고 수준으로 현대화됐지만 내실 있는 공교육이 학교 현장에서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공교육을 담당하는 주체인 교사들의 교권은 이미 추락한 지 오래이며, 교사들도 교육자로서의 사명감이 아주 낮은 상태이기 때문에 공교육은 이미 추락 일로에 있다.
정부는 ‘쉬운 수능’, ‘어려운 수능’ 등과 같은 정제되지 않은 논의를 해 수능을 5개월 앞둔 시점에서 혼란을 일으키지 말고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중장기적인 대입 개편 방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