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도 내리고 후텁지근하다. 낮 최고 기온이 30도를 훌쩍 넘는다. 벌써 이 음식의 계절이 온 것일까. 냉면 얘기다.
얼음이 둥둥 뜬 시원한 육수에 삶은 달걀 반쪽과 채 썬 오이 등이 들어가면 입이 행복하다. 눈앞에 놓이기만 해도 입안에 군침이 돈다. “한 촌사람 하루는 성내 와서 구경을 하는데”로 시작하는 노래 ‘냉면’이 새삼스러운 요즘이다.
그런데, 냉면값이 서민을 울리고 있다. 한 그릇에 1만5천원대여서다. 지난해는 1만4천원, 2021년은 1만2천원대였다. 가격전문 조사기관인 한국물가정보의 수도권 음식점 10곳의 냉면값을 조사해 분석한 결과다. 냉면 한 그릇이 더 이상 가벼운 한 끼가 아닌 셈이다. 2018년 냉면 평균값은 8천300원 수준으로 1만원 선 아래였다. 3년이 흐른 뒤 1만원 선을 훌쩍 뛰어넘었다. 2020년 9천150원에서 말이다.
답변이 뻔한 질문이지만 냉면값 인상의 원인은 무엇일까. 한국물가정보는 주재료인 메밀값 상승을 꼽았다. 올해 국산 메밀 1㎏ 값은 1만원 선으로 지난해보다 53.8%나 올랐다. 국산 메밀값은 2018년 이후 줄곧 6천500원대를 유지했는데 지난해 말 급격히 올랐고, 대체재인 수입 메밀값도 평년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최근 수입 메밀값은 1㎏당 4천300원 선으로 평년보다 40%가량 높았다. 냉면에 사용되는 설탕과 소금, 계란, 식초 등 다양한 식재료값도 일제히 뛰었다. 코로나19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겹치면서 메밀 생산량이 줄어든 데다 인건비와 물류비 등이 모두 오른 탓이다.
믿기지 않는다면 지금 냉면집에 가 보시라. 하긴 요즘 오르지 않는 게 어디 있으랴. 한국물가정보 측은 하반기에도 냉면을 포함해 먹거리 물가가 또다시 인상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고했다. 이래저래 우울한 초여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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