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만나는 항일의 역사 ‘범도’·‘대한민국임시정부의 현장을 가다’

6월, 나라를 지키기 위해 자신을 헌신하고 희생한 이들을 기리고 조명하는 달이다. 서점가에도 독립, 항일, 보훈과 관련된 주제가 빼곡히 들어섰다. 독립을 위해 일제와 맞서고 역사를 지키려 했던 이들을 다양하게 그려낸 책 두 권을 소개한다. 

 

범도 책 표지. 문학동네 刊

■ 총 한 자루로 외세에 맞선 홍범도의 불꽃같은 생애 ‘범도’

 

1920년 6월 7일, 3·1운동 이후 대한독립군이 일본군과 처음으로 맞붙은 대규모 전투가 벌어졌다. 독립군이 대승을 거둔 ‘봉오동 전투’. 

 

이 전투를 이끈 이는 일제강점기 대한독립군 총사령관, 대한독립군단 부총재 등을 역임한 독립운동가 홍범도다. 의병으로 활동하다 일제에 강제 해산을 당한 뒤 연해주와 만주를 떠돌며 군수품을 마련해  대한독립군으로서 싸워왔다. 

 

홍범도가 항일 무장투쟁에 투신하며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그린 ‘범도(문학동네 刊)’가 최근 발간됐다. 

 

항일 투쟁을 이어나가는 인간들의 모습은 다양하다. 굳은 신념을 굽히지 않은 이도 있지만 때론 비겁한 인물도, 때론 좌절하는 인물도 있다. 저자가 그리는 인물은 영웅이 아니다. 어떤 가치를 지키며 살아갈 것인가를 끝없이 고민하며 성장해 나가는 평범한 모습이다. 그래서 저자가 그린 홍범도의 이야기는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여전히 유효하다. 

 

독립군을 이끈 홍범도는 중앙아시아로 강제 추방 당해 카자흐스탄의 한 도시에서 극장 수위로 일하다 생을 마감했다. 독립운동에 일생을 바쳤지만 해방 2년 전인 1943년 머나먼 타국에서 생을 마감한 그의 유해는 2021년 8월 15일에서야 비로소 국내로 봉환됐다. 한 인간의 성장과정과 독립에 대한 의지, 외세의 침략에 자신과 민족과 국가를 지키려 했던 인물의 일대기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책은 신동엽문학상, 황순원문학상, 오영수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방현석이 펴냈다. 수 년 간의 취재와 자료 조사를 거쳐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집필한 그의 필생의 역작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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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임시정부의 현장을 가다(선인 刊)

■ 역사학자가 전하는 독립운동 역사 ‘대한민국임시정부의 현장을 가다’ 

 

“역사학자의 길은 연구와 답사로 요약될 수 있다. 연구가 문헌사료들을 중심으로 이뤄진다면, 답사는 사료들의 현장을 직접 목도함으로써 사료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 넣어주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현장답사를 통하여 비로소 역사가의 논문과 저술이 완성된다고 볼 수 있다.”

 

지난 1986년부터 수원대학교 사학과에 재직하며 역사를 탐구해 온 박환 교수(65)가 오는 8월 정년 퇴임을 앞두고 ‘대한민국임시정부의 현장을 가다’(선인 刊)를 펴냈다. 박환 교수가 임시정부를 직접 누비며 답사한 이야기를 생생하게 옮겼다. 

 

독립운동사 전공자인 그는 “임시정부 전문가가 아니라 답사 책자 간행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면서도 “임시정부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전문 안내서가 많지 않음을 인지해 용기를 내게 됐다”고 밝혔다. 

 

책은 이러한 그의 신념과 의지가 반영돼 대한민국임시정부 유적지를 전문가들의 조언과 연구, 수정 보완을 통해 한 자 한 자 써내려 나갔다. 

 

1장에서는 상해, 유주, 중경 등 대한민국임시정부 유적지, 2장에선 학병으로 징병돼 일본군을 탈출하는 장준하의 발길을 따라간다. 3장에선 조선의용대와 조선의용군을 살펴본다. 

 

책에선 오늘날 잊어선 안 되는 역사를 발로 직접 누비며 생생하게 전하려는 역사학자의 신념이 읽힌다. 조국의 광복을 향한 열정이 숨쉬는 현장을 고집스럽게 따라가고 발굴하면서도 각종 구술과 사진 자료, 방대한 자료를 철저하게 고증해 오류를 수정한 노력이 맞닿아 더욱 큰 감동이 전해지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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